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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위 살인죄 인정 땐 최고 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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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14일 세월호 선장 이준석(69·구속)씨 등 4명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키로 결론 내림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작위 살인은 법률상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경우에 적용된다. 적극적 살인행위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합수본부는 이런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사고 당일 선장 이씨 등은 선원법과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승객 안전과 구조의 책임을 진 자임에도 퇴선 명령을 포함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먼저 탈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형사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작위 살인 역시 살인의 고의성은 물론 실행의 착수, 구조행위를 하지 않은 데 따른 희생자의 특정 등 적극적 살인과 동등할 정도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만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죽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사람을 화재 현장이나 바다 위에 그냥 둔 채 도망쳤다면 유기치사죄에 해당한다. 1991년 2월 열 살짜리 조카를 위험한 저수지 제방으로 데려간 뒤 실수로 미끄러지자 구하지 않고 숨지게 한 삼촌에게 법원이 부작위 살인을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게 대표적 사례다.

 세월호를 책임졌던 이 선장 등도 사고 당일 해경 진도관제센터로부터 “승객을 퇴선시키라”는 거듭된 지시를 듣고도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거짓말을 한 뒤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다. 이 과정에 ‘승객들은 죽어도 좋다. 우리만 살면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이유다. 이 선장과 1등 항해사 강씨 등은 진도관제센터와 교신 도중 “지금 나가면 구조될 수 있느냐”는 등 해경 구조선의 도착시간과 선명, 선박의 종류를 캐물었다. 자신들의 우선 탈출에만 신경을 쏟았다.

 이들은 또 사고 직후 ‘승객 선실 대기’ 지시를 내려놓고 승무원 박지영(22·사망)씨가 30여 분간 무전기로 10여 차례 “승객을 탈출시켜도 되느냐”고 물었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자신들만 해경 123정 구조보트로 빠져나갔다. 합수본부는 이런 행위가 방송을 담당했던 박씨뿐 아니라 단원고 학생 등 희생자 전원을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적극살인과 동등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희생자 전원을 피해자로 특정하려면 재판 과정에서 304명 개개인에 대해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살 수 있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선원들이 탈출한 뒤 100여 명 이상이 자체 퇴선을 통해 구조됐기 때문에 ‘희생자 전원=살인의 피해자’로 입증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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