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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불사" … 신도 동원령 내린 듯 이틀째 금수원 집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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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은 수백 명의 구원파 신도들에 의해 이틀째 출입문이 봉쇄됐다. 14일 신도들이 금수원 출입문에 ‘헌법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스1]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목숨 걸고 사수한다. 십자가 군병대여, 종교 탄압에 맞서 싸우자. 검찰은 각성하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금수원 정문은 14일에도 굳게 닫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400여 명(금수원 추산)의 남녀가 돗자리를 펴고 바닥에 앉아 회색 철문 안 도로를 메웠다. 전국에서 올라온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다. 이들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전날부터 금수원에 집결했다. 스피커를 통해 “순교도 불사한다”는 과격한 표현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부 신도는 아예 금수원 내에서 숙식하며 ‘종교 탄압 out’ 팻말을 들었다. 신도들은 “교단에서 시킨 게 아니고 여기에 검찰이 들어온다고 하니 자율적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오지 않았다.

 오전부터 20~30분 간격으로 네다섯 명씩 꾸준히 인원이 늘었다. 이들은 차를 100m 밖에 주차시키고 걸어 들어왔다. 대부분 편한 점퍼에 등산바지와 등산화 차림이었다. 일부는 방석과 침낭 등을 들고 들어가기도 했다. 금수원 내에는 8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시설이 갖춰져 있다.

정문이 열릴 때는 신도들을 실은 승합차나 주유소 트럭 등이 들어갈 때뿐이었다. 회색 철문 앞은 남성 20여 명이 지키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의 급습에 대비한 듯 금수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주변 언덕들에도 청년들이 배치됐다. 밤새 교대로 금수원 정문과 주변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언덕에 있던 한 신도는 신도로 추정되는 사람과 통화를 했다. “여기 오려면 낮에 정문으로 들어와야 한다” “ 내일부터 남자 10여 명이 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등의 내용이었다.

 조계웅 사무직 직원은 “검찰이 특정 종교에 대해 표적·기획 수사를 하고 있어 종교시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회장이나 대균씨의 거처에 대해 그는 “장남 대균씨는 없는 게 확실하고 유 전 회장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이어 “체포영장 집행 협조 여부는 내가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 전 회장이 설교를 하지만 성경적·신앙적으로 대화를 하는 관계이지 명령이나 지시를 하는 관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라고 직장을 잃는 피해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도들은 당초 이날 낮 12시쯤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한 신도는 “(유 회장 소환 통보일인) 16일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후 4시엔 신도들이 정문 안 도로에서 2시간가량 집회를 했다. 여러 신도가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들고 발언을 했다. 발언 중간에 신도들은 찬송가를 신청해 부르기도 했다. 설교 중 검찰 수사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집회를 마친 후 오후 6시30분이 되자 “61세 이상 신도들부터 밥을 먹으러 가겠다”며 “나중에 날씨가 추워질 수 있으니 준비를 해서 내려와 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불출석할 경우 즉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에 나설 방침이다. 영장 집행을 위해 금수원에 진입할 경우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경찰도 신도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현장에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지만 검찰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강제 진입을 검토 중이다.

안성=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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