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스타트업 환경 세계 흐름 5년 앞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야스히코(左), 라비칸트(右)

한국 청년들의 스타트업을 주목하는 눈이 있다. ‘될성부른 떡잎’에 목마른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이다.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막을 올린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2014’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글로벌 벤처투자자 두 명을 만났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은 글로벌 트렌드보다 5년은 앞서 있다”며 “똑똑한 청년 창업가들과 세계 최고의 인터넷 환경은 한국의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인 나발 라비칸트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혁신적이고 열정적인 창업가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0년 스탠퍼드대 한국인 유학생 커플이 만든 ‘비키’(글로벌 동영상 자막서비스)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라비칸트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높이 샀다. 그는 “10년 전 ‘한국에 가면 신기술이 구현된 실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울에 온 적이 있다”며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고 창의적인 아이템을 개발하면 폭발적인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LG 같은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과 소프트웨어에 강한 스타트업이 협업하면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비칸트는 실패를 무릅쓰고 창업에 도전하는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실패해도 꾸준히 도전하는 200명 정도가 창업 생태계를 이끌어간다”며 “한국 인구 5000만 명 중 20명만이라도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창업 지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칸트는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에인절리스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글로벌 성공신화가 된 ‘트위터’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메신저업체 ‘야머’ 등에 투자하며 오랫동안 스타트업을 지켜본 전문가다. 그가 2010년 설립한 에인절리스트는 투자를 기다리는 스타트업과 투자 대상을 찾는 투자자를 인터넷상에서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일본계 VC인 글로벌 브레인을 운영하는 야스히코 유리모토 대표도 “한국은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 두 곳을 비롯한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가진 나라”라며 “한국 스타트업들은 이미 이런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레인에는 일본 2위 통신사 KDDI와 일본 정부 등도 참여하고 있다.

야스히코는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에 대해 “일본 스타트업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훨씬 글로벌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청년들의 열정과 실력을 눈여겨본 그는 지난해 열린 비론치2013에서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 이창수 대표를 만나 25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일본 진출도 도왔다. 이번 방한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 중인 VCNC에 투자를 발표했다. VCNC는 커플끼리만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트윈’을 개발한 회사다. 비트윈은 현재 일본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내려받는 등 전 세계에서 7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야스히코는 “실력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를 소개하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해외 VC의 투자를 받으면 유망한 스타트업이라는 검증을 받은 셈이어서 글로벌 진출에 굉장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이 넘어야 할 벽도 몇 가지 꼽았다. 라비칸트는 “아직은 게임 앱이나 미디어 분야에 편중돼 있다”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상품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나친 규제를 피하는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공장이 없는 기업이라 언제든 창업하기 더 좋은 나라로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창업가들이 모이는 인도 벵갈루루, 독일 베를린, 에스토니아, 영국 런던 같은 창업도시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에서 민간 영역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라비칸트는 “정부가 스타트업을 직접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민간에서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게 창업 기반을 단단히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스타트업(Startup)=새로운 아이디어와 적은 자본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신생 기업을 의미한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