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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서 가장 오래된 절, 신라 도래인이 세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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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반도 도래인들에 의해 일본 고대문화가 꽃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다 해 줬다’라는 식의 해석은 피해야 합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이 일본인으로 살아가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간 노력을 인정해야죠.”

 문화유산 답사 열풍을 일으킨 유홍준(65·사진)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3 교토의 역사』(창비)를 출간했다. 지난해 나온 규슈편과 아스카·나라편에 이은 세 번째 일본 답사기로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京都)를 돌아본다. 13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강연회에서 그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규슈로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들을 보며 ‘저 아이들을 위한 답사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서는 교토라는 도시가 탄생해 문화를 꽃피우는 과정을 시대순으로 답사한다. 그 길에서 자연스럽게 한반도 도래인들의 흔적을 만난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고류지(廣隆寺·광륭사)는 신라계 도래인 하타씨(秦氏)들이 세운 절로, 일본 국보 1호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어 우리와 인연이 깊다. 일본의 3대 마쓰리(축제) 중 하나인 기온마쓰리를 주관하는 야사카(八坂) 신사는 고구려계 도래인인 야사카씨들이 세웠다. 20~30년 전만 해도 여행책자나 안내판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토를 방문하는 많은 한국인들조차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하타씨의 경우 학계에서 신라계 도래인이 확실하다고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보통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진시황의 후손이라는 잘못된 상식이 통용되고 있죠.”

 답사기는 한반도 도래인이 남긴 자취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당나라 배우기인 ‘당풍(唐風)’, 스스로의 힘으로 문화를 일궈내려는 국풍(國風) 등을 거치며 교토가 일본문화의 수도로 자리 잡는 과정을 유물과 유적을 통해 소상히 알려준다.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다섯 가지 답사 코스도 제시한다. 올해 연말 출간될 ‘교토의 명소’편에서는 일본미가 잘 드러난 유적과 명소를 권역별로 소개할 계획이다. 유 교수는 “일본 답사기는 ‘교토의 명소’편을 끝으로 마무리한다”며 “일본 문화유산 답사를 통해 세계사의 지평 속에서 우리의 현재를 살피는 눈을 길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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