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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성냥갑 아파트는 싫어 전원으로 나가는 30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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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 경기도 용인시 김장량동에 땅콩주택의 단점을 보완한 ‘깍지주택’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파주 운정역 근처에서 자연을 접목시킨 ‘미니멀 하우스’ 건설로 이름이 좀 알려진 도시농부 작품이다. 3층짜리 땅콩주택 스타일이지만 한 집은 1층을, 다른 집은 3층을 넓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점이 다르다. 땅콩주택은 땅값을 줄이기 위해 99㎡(30평) 규모의 단독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을 반으로 나눠 여기에 같은 연면적의 3층짜리 집 두 채를 붙여 짓는 구조다. 땅콩주택은 그러나 각 층 면적이 모두 같다 보니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져 생각만큼 인기가 높지 않다.

도시농부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깍지주택이라는 것을 고안해 한 개 층이라도 넓은 공간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그러니까 전체 모양은 땅콩주택 같지만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분할해 적어도 1개 층은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이 확보되도록 한 것이다. 총 120가구가 들어서고 가격은 3억원대다.

 #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에서는 휴양과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리조트형 마을(더 스프링)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원개발이 생활형 숙박시설로 허가받아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별장주택(세컨드 하우스)을 마을 형태로 집단화시켜 여기에 27홀 골프장을 비롯, 호텔·의료·농장·글램핑 등의 시설을 넣는다. 건물은 70~100㎡형으로 스마트형, 테라스형, 단독형, 2층형 등 다양하다. 2000여 명이 거주하는 대단위 마을이어서 원할 경우 각종 고급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여느 주택단지와 다르다. 가격은 평수에 따라 2억5000만~5억원가량 된다.

 위의 두 사례는 다양해지고 있는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주거개념의 실험이다.

 현재로서는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다. 예비 청약 상황은 나쁘지 않다지만 본계약에 들어가 봐야 평판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이들 실험 주거가 성공을 거둘 경우 대도시 근교에 이런 유형의 주택단지가 많이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근래 들어 탈(脫)아파트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2005년 90%에 육박하던 연간 주택건설 물량 대비 아파트 비중이 2008년도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2013년 63.3%까지 하락한 것을 봐도 그럴 여지는 다분하다.

 전원주택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지 않는가. 그동안 자녀교육과 무관한 50, 60대 세대들이 주로 찾았으나 30, 40대의 중년 세대들도 과감하게 전원으로 나오는 추세다. 주택시장이 아파트 대량 생산체제가 아닌 다양한 개성을 수용한 소량 다품종의 맞춤형 상품 시대로 바뀌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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