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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위미노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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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재인식하고 그들의 능력을 사회와 경제발전에 더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큰 흐름이다. 이 이론은 2009년 ABC뉴스 기자 클레어 시프먼과 BBC 월드뉴스의 케이티 케이의 공저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이코노믹스)』 이후 보편화됐다. 그런데 최근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럽연합(EU) 5개국을 순방하며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정책으로 위미노믹스를 들고 나와 어리둥절해진다. 왜냐하면 그는 ‘성차별 폐지는 일본 가정과 사회를 파괴할 것’이라며 ‘남성은 가족부양, 여성은 현모양처’라는 남녀평등을 거부하는 관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단녀(經斷女) 현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취업한 여성들의 60%가 결혼, 첫아이 출산 이후 직장을 떠나는데 그중 절반이 대학 졸업자들이다. 이들은 40대 후반에야 부업을 갖게 되므로 일본의 수퍼마켓은 세계 최고 학벌을 지닌 계산원들이 일하는 곳인 셈이다. 아베는 2020년까지 여성 CEO의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현 일본의 여성 CEO는 1%로 미국의 16%, 프랑스의 28%에 크게 못 미친다. 그는 또 출산 후 육아휴가를 1년 반에서 3년으로 늘리고 보육원·유치원의 입원 대기 기간을 대폭 줄일 것을 강조하였으며 기업의 여성 CEO 공개를 법제화하겠다고도 한다.

 위미노믹스는 철저한 남녀평등이라는 전제 아래 여성의 능력을 사회와 경제발전에 적극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군위안부 역사 자체를 부정하려다가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압력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바 있고, “자연적이며 기본적인 사회의 단위는 개인이 아닌 가정”이라는 주장으로 여성 개인의 인격을 인정하기보다 현모양처라는 전통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아베다. 일본은 세계 최고령사회인 데다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은 1.3~1.4명을 넘지 못한다. 26~49세의 전업주부나 재택여성 360만 명이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면 연간 약 6조 엔의 생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일본 경제당국은 밝힌 바 있다.

과연 아베의 위미노믹스는 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인력을 사회동력으로 흡수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노동인구 감소를 여성인력으로 메우려는 ‘도구’로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도 크게 다른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고 이는 4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에서도 없는 일이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