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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교육·문화가 어우러지는 곳으로 가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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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지 않은 농가 살림에도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보냈더니 졸업 후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의 고집 때문에 부모는 속상했다. 부모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동네 사람들이야 오죽했을까. 아무리 마을공동체를 떠들어 본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그런 그가 마을사업의 중심에 서는 데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 누구도 그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공세리 마을 한기형(50·사진) 이장의 얘기다.

 -공세리 마을이 관광지화되는 것을 반대하나.

 “대부분의 관광지나 유원지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외지 장사꾼들이 몰려오게 되고 마을공동체가 무너진다. 우리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고맙고 소중하다. 하지만 마을은 주민이 대대로 살아온 생활공간이며 삶의 터전이다. 마을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감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인 것도 같은 이유인가.

 “찾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 교육문제는 마을 주민들의 공통 관심사이자 고민거리였다. 학부모협의회를 만들고 도서관을 짓는 사업은 어찌 보면 마을 사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초대 학부모협의회장이자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의 운영자인 김미화씨는 한 이장의 부인이다). 도서관을 건립한 뒤 다양한 마을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어 각종 사업을 펼쳤다. 관광객과 주민이 어울리고 교육·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

 -마을협동조합을 설명해 달라.

 “2012년 12월 인가를 받았다. 28명의 주민이 조합원이다. 2011년 평생학습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 주축이다. 당시 사업 추진을 위해 선진지역을 견학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들으면서 마을 브랜드사업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인적·물적 자원이 갖춰지자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했다.”

 -공세리로 이사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

 “이사 오는 사람이 많진 않다. 하지만 최근 이사 온 주민이 “마을에 있는 도서관을 보고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해 기뻤다. 관광객으로 왔다가 마을의 매력에 빠져 눌러앉은 사람도 있다. 이들과 함께 별이 쏟아지는 여름 밤에 찐 옥수수를 먹으며 영화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마을회관 건너편 신협 건물 벽에 영화 스크린을 걸어놓았다. ‘공세리 작은 영화제’라는 간판도 걸려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주민이 서로 힘을 합쳐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 무보수로 마을카페를 지켜 준 김갑순 바리스타, 10년이나 카페 공간을 무상 임대해 준 안성진 공세뜰 두부집 사장님, 새 책 구하느라 전전긍긍하는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 사서 박지혜씨, 경관조성 사업을 위해 애써준 아산시청 건축과 이희정씨 모두가 공세리 마을을 가꾸는 주인공이자 연출자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공세리 마을을 가꾸는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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