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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앞세운 '천민' 모디 압승 … 인도 주가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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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도를 이끌 새 얼굴 인도국민당(BJP) 총리 후보 나렌드라 모디. 12일(현지시간) 총선 투표가 끝나자마자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는 인도국민당의 압승을 예고했다. [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인도 금융시장은 축포를 쐈다. 센섹스 지수는 이날 오전 300포인트 넘게 올라 2만4000선을 넘봤다. 니프티 지수는 7100선을 돌파했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인도 루피화 가치와 국채 몸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외국인도 앞다퉈 인도 증시로 몰렸다. 인도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스탠더드는 “인도 총선의 출구조사가 공개된 12일 이후 이틀간 인도 증시에 새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액은 4억2000만 달러(약 43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F5(Fragile 5·취약한 5개국)’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며 외환위기설에 휘말렸던 지난해 중순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인도 증시가 이렇게 후끈 달아오른 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며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렌드라 모디(64) 총리 후보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제1 야당 인도국민당(BJP)을 이끌고 있는 그의 ‘모디노믹스(모디+이코노믹스·모디 후보가 추진할 경제 정책)’가 침체된 인도 경제를 되살릴 것으로 봐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인도를 지배해온 네루·간디 가문은 인도식 사회주의 노선을 고집해 왔다. 자연히 정부는 비대해졌고 카스트란 신분제도와 맞물려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골수에 박혔다. 이런 인도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게 모디다. 종교적으론 힌두교 근본주의에 가깝지만 정치적으론 중도 우파였던 그는 서부 구자라트주(州) 주지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친기업 정책을 밀어붙였다. 미국 포드, 일본 스즈키, 인도 타타 등 자동차와 태양광 패널 공장을 잇따라 유치해 일자리를 늘렸다. 덕분에 구자라트주 경제는 그가 주지사로 취임한 2001년 이후 10여 년 동안 연평균 13.4%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7.8%를 기록한 인도 전체 성장률보다 배는 빨랐다.

모디는 이런 이력을 선거 과정에서 십분 활용했다. 주지사 때 펼쳤던 정책과 나아진 구자라트주 경제 지표를 열심히 홍보했다. 그는 “레드 테이프(행정서류를 묶는 빨간 끈이란 뜻으로 불필요한 규제)가 아닌 레드 카펫을 깔겠다”며 해외기업 유치를 강조했다. 거리에서 인도식 홍차 ‘차이’를 파는 천민 출신의 노점상 성공 신화는 무기력에 빠진 인도 젊은 층을 열광시켰다.

 다행히 현 정부가 임명한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의 호흡도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잔은 인도 금융시장 개방과 국외·민간 투자 확대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모디가 세운 경제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잔이 지난 9일 “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은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못 박긴 했지만 모디노믹스에 걸림돌은 아니다.

 그러나 일개 주와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를 경영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다. 금융시장은 반짝 ‘모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인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전하다. 2010년 10%를 넘나들었던 인도 경제 성장률은 2013년 4분기 기준 4.7%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불안한 민심을 잡으려고 쏟아낸 각종 보조금 정책은 정부 재정을 갉아먹었다. 2010년 말 2956억 달러였던 대외부채는 2013년 말 426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보조금과 빚에 중독된 거대한 인도 경제를 수술해야 하는 숙제가 그의 앞에 놓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인은 인도 경제를 구할 수퍼맨을 기대하고 모디에게 표를 던졌지만 대규모 부채, 성장 부진 등 그의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오랜 정경 유착과 부패의 고리를 그가 제대로 끊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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