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가 다시 읽은 김연수

중앙일보

입력 2014.05.14 01:19

업데이트 2014.05.1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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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연수

독서는 보편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라 해도 작품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독자의 마음을 거쳐간 작품은 각자의 기억과 시간이 맞물린 또 다른 무엇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44)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면 대학 신입생 시절 기숙사로 올라가던 언덕길의 아카시아 향기가 떠오른다”는 독자의 말대로, 2004년 출간된 뒤 25쇄를 찍으며 독자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이 책은 이제 김연수가 아닌 각자의 ‘청춘의 문장들’이 됐다.

 책의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특별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는 『청춘의 문장들』에 대한 ‘김연수 버전의 해설서’이자, 김연수의 다시 읽기다. 『청춘의 문장들』에서 10년이라는 시간, 청춘과 직업, 불안 등 10개의 열쇳말을 뽑아 그걸 주제로 그가 쓴 산문,서평가 금정연(33)씨와의 대담을 함께 묶었다.

 작가 자신이 쓴 해설서(?)답게 ‘『청춘의 문장들』을 쓸 때가 인생에서 가장 늙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거나 소설가 박완서(1931~2011) 선생이 졸지에 그의 부인이 된 사연 등 작가 김연수의 속내와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건 흥미진진하다.

 작가가 『청춘의 문장들』을 낼 무렵의 나이인 서른다섯 살이 되었다는 후배 소설가 김애란의 발문은 마치 이번 산문집을 마주한 독자들의 마음 같았다.

 “‘우리는 누군가와 반드시 두 번 만나는데, 한 번은 서로 같은 나이였을 때, 다른 한 번은 나중에 상대의 나이가 됐을 때 만나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살다 보면 가끔은 두 번째 만남이 훨씬 좋기도 하다는 것도. (…) 이곳에 나보다 열 살 많은 선배가 10년 전에 옮겨놓은 문장들을 들여다보다, 결국 우리가 청춘에 대해 말한다는 건 아버지에 대해 말한다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청춘의 문장은 삶의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김연수가 두보의 시 ‘곡강’에 밑줄을 그으며 “우리에게는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배워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 말했듯.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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