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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초연금이 부모·자식 갈라놓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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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결혼 후에 부모와 같이 사는 신혼부부는 매우 드물다. 친가나 배우자 부모 근처에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세태 탓에 자녀와 같이 사는 노인이 지속적으로 준다. 노인실태조사(통계청)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이 2008년 30.2%에서 2011년 27.3%로 줄었다. 자녀들은 다소 영악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달 말 기혼남녀 1466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절반가량(45%)이 ‘부모-자식이 따로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부모와 같이 사는 가장 큰 장점으로 응답자의 75%가 ‘아이를 맡길 데가 생겨서 좋다’는 점을 들었다.

 노후 생활의 만족도는 독거 노인 가구에서 가장 떨어진다. 자식과 같이 사는 노인이 독거 노인보다 만족도가 높다(노인실태조사). 자식과 따로 사는 부부 가구가 가장 높긴 하지만 이들도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이럴 때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게 좋다.

 그런데 최근 부모-자식의 동거를 저해하는 정책이 나왔다. 기초연금이다. 7월 시행할 때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같은 6억원 이상의 고급주택에 살면 연간 0.78%의 무상임차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집 값이 6억원이면 월 39만원이다. 여기에 재산이 좀 있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노인이 자녀 집에서 나오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는 편법이 생길 우려가 있다. 정부가 단속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에서 보듯 저소득층 복지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부양의무자 제도다.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폐지를 주장한다. 정부도 10월에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기초연금에서는 자녀의 재산을 따지겠다는 거다. 기초연금의 전신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이다. 2008년 도입할 때 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연금의 성격’이 있다고 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 정책은 이 원칙과도 거리가 있다. 무상임차소득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틀린 게 아닐 수도 있다. 2010년 시행한 장애인연금에 비슷한 제도가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무상임차소득을 적용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장애인연금은 저소득 장애인을 위한 공적부조제도이며 연금의 성격이 들어 있지 않다.

 정부 설명은 이렇다. 타워팰리스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게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게다. 같은 논리라면 타워팰리스에 사는 0~5세 영·유아에게 무상보육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혹여 기초연금이 부모-자식 사이를 갈라놓거나 편법을 양산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