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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봉급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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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은행들을 가보면 한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창구를 지키는 행원들은 의자가 없다. 모두 서서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자리가 좁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넓은 사무실에 오히려 행원은 몇 명되지도 않는다.
서서 일하는 자세는 봉사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사무를 기계와 컴퓨터가 대신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행원들은 다만 친절·성실·정직만을 발휘하면 된다. 또한 「모빌리티」도 서서 일하는 편이 훨씬 높다.
유럽이나 미국의 은행들은 따라서 인사 관리 제도도 우리와는 다르다. 행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아예 창구 업무를 맡길 「클러크」(clerk)와 「뱅크」(은항가)로 키울 「매니저」를 선별한다. 이들은 학력에서 자질에 이르기까지 서로 차이가 있다. 대우도 자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매니저」쪽을 훨씬 우대한다.
「매니저」쪽을 기준으로 보면 그 봉급수준은 세계의 정상급 기업인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이나 「포드」혹은 IBM 다음으로 높다. 그만큼 경제계에서의 지위를 높이 평가해 주는 것이다. IBM의 대우를 100으로 치면 은행 「매니저」그룹의 봉급은 80내지 90쯤은 된다.
은행 매니저 그룹을 우대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금융은 기업활동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뱅크」는 산업사회를 지도할 능력과 두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유 기업체의 봉급수준에 뒤져서는 안 된다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클러크」의 경우도 「로메니저· 그룹」 보다는 봉급이 적다.
이들은 진급의 상한을 차장급에 둔다. 따라서 모집 과정에서도 까다로운 채용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에 이민한 외국인들도 웬만한 회화로 쉽게 「클러크」가 될 수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반복」의 업무이기 때문에 별로 무리가 없다. 일류의 학력, 높은 실력, 좋은 인품을 요구하는 「매니저」의 창의적인 정책수립 업무와는 다르다.
요즘 우리의 재무당국은 은행원의 봉급수준이 너무 얕다는 비명 속에서 그 조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다행한 일이다. 돈을 다루는 은행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은행도 이 기회에 인사관리의 제도적인 개혁을 시도해 볼 만하다.
소수정예로 우선 업무의 질과 능률을 높이고, 연공서열에 따른 일률적인 대우도 개선할 여지가 없지 않다. 선진국의 시스템처럼 「클러크」와 「매니저」를 선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여건을 전제로 하면 봉급을 사뭇 파격적으로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기업의 경영 방식은 날로 새로워지는데 은행만이 낡고 비능률적인 경영을 고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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