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색다른 시도…뛰어난 각색-극 『하멸태자』를 보고… 장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낭 「레퍼터리」 극단이 한국고유의 몸짓과 음악·의상·가면 등을 미국·「프랑스」·「네덜란드」 등 구미각국에 소개함으로써 동·서양연극의 접근을 꾀하고 연극을 통해 국위를 선양한데 대해서 우선 찬사를 보낸다.
지금 시민회관 별관에서 공연중인 「하멸태자』는 먼저 우리의 전통적인 창과 음악, 고전적인 무용과 탈춤 등이 적재적소에 잘 배합된 수작이라 평할 수 있다.
특히 왕과 왕비, 「하멸」태자와 「오필리아」의 유연한 춤 장면은 매우 우아했다. 또한 약대석의 순수한 우리의 생음악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곳이 많았다. 전무송·신구씨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연기는 예상했던 데로 뛰어남을 증명했다.
그러나 굳이 꼬집자면 해외공연을 위해 마련한 것이었던 때문인지 동양연극의 약간 이질적인 요소들(각색·연출 등)이 강조된 면이 없지 않았다.
극 전체의 분위기는 동양문화에 있어서의 유현함과 심미성이 충분히 상징돼 있었다. 그러나 작년 공연에 논란됐었던 일본의 『노』(능)를 연상케 하는 연출대목이 잔존하는 느낌이다.
특히 인상깊은 장면은 광대들의 극중처리와 탈춤이며 이 장면은 『하멸태자』가운데 가장 백미를 이루는 장면이다.
어떻든 『하멸태자』가 「셰익스피어」원작의 『햄리트』를 각색, 우주적인 주제를 갖춘 작품에 동·서 연극의 융합점을 과감히 시도했고 표현장의 이질적 양식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연극의 궁극적 요소를 찾아냈다는 것은 크게 평가할 일이다.
또한 동낭「레퍼터리」극단이 「우리다운」 연극의 그 어떤 이상성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한국연극의 발전을 위해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극학·동국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