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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 법정관리 때 '다판다' 차려 수수료 500억 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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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월호 침몰사고 22일째인 7일 희생자 수습이 늘어나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빈자리가 늘었다. [강정현 기자]

㈜세모가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간 1998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물품 판매 대행사를 설립해 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50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이 법정관리 기간 중에 세모 법정관리인과 임직원을 통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세모는 물품 판매수수료로 98년 26억, 99년 200억, 2000년 159억, 2001년 91억, 2002년 61억원 등 5년간 537억7661만원을 지출했다. 98년 “방문판매 및 다단계판매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매출을 확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뒤부터였다. 2000년 당시 세모의 판매를 총괄한 영업본부장(이사)은 유 전 회장의 측근인 송국빈(62·구속)씨였다. 당시 세모의 법정관리인(대표이사) A씨(76) 역시 구원파 신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씨는 2000년 9월엔 아예 자신이 총괄하던 방문·다단계판매 부문을 토대로 세모의 주력상품인 세모스쿠알렌·글루코사민 등 건강식품, 화장품 및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다판다를 설립해 분사했다. 그 뒤 매년 평균 200억원이 넘는 세모 제품의 판매대행을 도맡으면서 판매수당 등 각종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수백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다판다는 최대주주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다. 다판다가 설립되기 이전인 96년 세모는 이미 방문 및 다단계판매업에 진출해 전국 75개의 방문판매 대리점과 다단계 부문 회원 20만 명을 확보해 매출 400억원을 올리고 있었다.

 다판다는 또 2004년엔 ㈜세모 부도 전 회사채 발행으로 대동·경기은행에 빚진 부실채권(원금 219억원)을 외국계 자산관리회사인 TCM코리아로부터 1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법정관리기업으로부터 174억원을 상환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도 기업의 대주주가 자신의 빚(정리채권)을 헐값에 인수하는 수법으로 74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이다. 대동·경기은행은 외환위기가 닥친 98년 퇴출돼 직원 3300여 명이 길거리로 내쫓긴 상태였다.

 다판다는 2008년 2월 유령 다단계업체 ㈜새무리를 앞세워 농협·기업은행으로부터 223억원을 대출받아 모회사인 세모를 통째로 되찾았다. 이 돈 역시 인수가 끝나자마자 회사채를 발행해 모두 상환했다. 빚은 회사에 떠넘긴 채 사실상 무자본인수에 성공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유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회사경영을 좌지우지한 채 회사 돈을 빼돌린 만큼 해외도피 중인 차남 등이 귀국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도 부도기업 대주주가 법정관리기업을 되찾는 세모와 같은 사례를 근절키 위해 내부준칙(‘부도덕한 인수자 배제’ 조항)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부도기업 매각 시 인수회사가 제시한 가격만을 평가하지 않고 어떤 회사인지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사정이 있으면 즉각 배제하도록 ‘무관용 원칙’으로 임하겠다는 취지다. 경영상의 실패 원인을 보다 철저하게 묻는 방식으로 통합도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창환·변기춘 영장 청구=특별수사팀은 이날 고창환(67) 세모 대표와 변기춘(42)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유 전 회장에게 매년 억대의 고문료를 지급하고,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에 허위 컨설팅비와 각종 상표권 사용료를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을 고가에 사들인 의혹도 받고 있다. 고 대표는 91년 오대양 수사 당시 검찰조사를 받았던 인물로 유 전 회장의 오래된 최측근이다. 변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의 친구 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 이후 3, 4번째 구속자가 된다.

 수사팀은 또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와 최측근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 등 3명이 8일 세 번째 소환에도 불응함에 따라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해 강제송환에 나섰다.

글=정효식·노진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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