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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美, 민간車에 첫 조준 포격… 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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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달 31일 이라크 중부 전략도시인 카발라 인근 9번 고속도로를 경비하던 미 3사단 소속 로니 존슨 대위는 수상한 차량 한 대가 접근해오는 것을 목격했다. 불과 이틀 전인 29일 폭탄을 실은 이라크 승용차가 미군에 접근해 4명이 숨진 사건으로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존슨 대위는 경비 병력에 무전을 날려 경고 사격을 지시했다. M2 브래들리 전차의 미군 병사들이 차량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차는 계속 접근해 왔다.

존슨 대위는 당황했다. 그는 "긴급상황이다. 차량을 정지시키라"고 명령했다. 곧바로 25mm 캐넌포가 불꽃을 뿜었다. 벌집이 된 차는 스르르 멈춰섰다.

하지만 망원경을 들어 차량을 살펴보던 존슨 대위는 신음을 냈다. "이 바보들아, 경고사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민간인 일가족을 죽여버렸단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차량 안에는 15명이 꽉 들어차 있었다. 이중 10명이 즉사했다. (미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7명 사망)사망자의 절반은 5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이었다. 차 안에는 숨진 어머니가 형체를 알아볼수 없게 된 아이들 두 명을 끌어안고 있었다.

시신을 수습한 마리오 만자노 위생병은 "내가 목격한 가장 처참한 광경이었다. 두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부상자 중에는 임신부도 있었으며 미군이 이들에게 액수가 확인되지 않은 보상금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어 1일 오전에는 미.영군의 미사일이 바그다드 남부 80km 지점 힐라시내 나디르 주택가에 떨어져 33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개전 13일째를 맞은 이라크 전쟁이 점점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지부진한 전쟁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과 시간에 쫓기는 미군은 지난주부터 공습의 강도를 대폭 높였다.

이에 따라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정교한 무기를 사용해 민간인 피해가 없는, 역사가 경험하지 못한 전쟁이 될 것"이라던 장담은 공염불이 됐다.

악에 받친 이라크군도 자살테러.위장 공격 등 막무가내식 반격을 가하고 있다. 바그다드 시가전이 본격화하면 참극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수단.방법 안가린다=이라크는 '미군과 미국을 돕는 자들'에 대한 테러공격을 선언한 이후 갖가지 형태의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중부 나시리야 북부 마을에서 이라크군이 병원 구급차에 숨어 총격을 가해 미군 병사 3명이 부상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연합군은 이라크 병사들이 차도르를 두르고 여자들 속에 섞여 있다가 미군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라크군이 아이들과 여자를 인간방패로 삼아 공격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전쟁범죄로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군은 지난달 28일 이후 바그다드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시작했다. 개전 초기 이틀간 3백20기의 미사일이 바그다드에 떨어졌을 당시 민간인 사망자는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과 30일의 폭격 때는 68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이라크 측은 밝혔다. 미군은 결국 91년 걸프전 때처럼 무차별 공습으로 이라크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일부 전문가는 보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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