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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케이크, 꽃 머핀 … 꽃이야 빵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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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플라워 브랜드 ‘제인 패커’의 수전 라프워스 수석 플로리스트(오른쪽)가 5월 선물용 아이템으로 제안한 하트 모양 꽃다발(왼쪽)과 본지 독자를 위해 별도로 제작한 핸드 타이드 꽃다발(가운데).

감사의 달 5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특별한 선물이 고민이라면 손수 만든 나만의 꽃다발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초등학교 시절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손 편지가 부모님과 은사의 가슴에 더 오래 남아 있듯 한 송이 한 송이 정성껏 매만진 꽃을 받은 기억은 오랫동안 받는 이의 머릿속에 향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초보라고 해서 품격 있고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지 못하란 법은 없다. 글로벌 플라워 브랜드인 ‘제인 패커’의 수석 플로리스트인 수전 라프워스(Susan Lapworth)에게 감사의 선물을 위한 꽃 연출법을 배워봤다.

글=김경진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촬영협조=까사스쿨

영국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줄리엣 역)가 든 웨딩 부케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승 선수들이 받은 ‘승리의 꽃다발’의 공통점은? 바로 수전 라프워스의 작품이란 점이다.

‘제인 패커’는 1981년 런던에서 처음 문을 연 플라워 숍으로 현재 뉴욕·도쿄·서울 등 5개 주요 도시에서 플라워숍과 플로리스트 학교 등 꽃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창립자인 제인 패커가 2011년 사망한 뒤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라프워스가 수석 디자이너로서 제인 패커의 브랜드 철학을 잇고 있다. 한국에서 제인 패커 플로리스트 양성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까사스쿨’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week&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면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만의 위트(재치)를 담은 꽃을 선물하라”고 조언했다.

색상과 꽃의 종류들은 동일 계열을 사용해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연출하면서도 작은 아이디어들을 곁들여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그가 제안한 작품들.

나무 리본을 단 핸드 타이드 꽃다발

라프워스는 꽃꽂이 초보들에게 ‘핸드 타이드(손으로 꽃대를 쥐어 나가면서 둥글게 만든)’ 꽃다발부터 도전해보길 권했다. 특히 5월의 꽃 중에는 분홍색·주황색·살구색 등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꽃이 많은 만큼 이런 꽃들을 한데 모아 쥐는 형태의 꽃다발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단 꽃을 모아 쥘 때는 꽃대가 처음 시작한 곳에서 한 방향으로만 돌려가며 쥐어야 한다. 그래야 꽃이 균질한 형태로 잡히고 꽃대가 상하지 않는다. 또한 윗부분의 형태는 여러 각도에서 봐도 둥근 ‘돔’의 형태를 띠는 게 초보자들에겐 무난하다고 한다. 특히 초보의 경우는 같은 종류의 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라프워스는 “평소에 꽃을 선물받으면 화병에 바로 꽂지 말고 풀어서 자신이 직접 핸드 타이드를 만들어 보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핸드 타이드 꽃다발을 이색적으로 연출하는 방법으로 나무 껍질을 이용한 리본 장식을 제안했다. 넓은 나무껍질을 세로로 둥글게 접은 후 와이어로 고정하고 아랫부분에 구멍을 뚫어 나무 껍질(리본의 발 모양)을 연결한다. 이렇게 양쪽을 만든 후 한데 모아 리본 모양의 틀을 만든 뒤 핸드타이드한 꽃을 가운데 넣고 함께 묶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훨씬 볼륨감 있으면서도 선물이란 느낌이 부각된다.

일상의 아이디어를 담은 꽃 장식

라프워스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존중과 트렌드(유행)의 공존이 제인 패커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해마다 영국 패션 스쿨의 졸업 작품전에서 꽃 장식을 담당하며 최신 유행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가 최근 트렌드 중의 하나로 꼽은 건 ‘홈 베이킹’. 영국에서 유행하는 홈 베이킹 열풍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꽃 장식에 접목한 게 바로 ‘꽃 머핀’과 ‘꽃 케이크’다. 머핀만한 크기로 오아시스를 자른 뒤 아이비 등 잎사귀로 감싼다. 이때 잎사귀는 핀을 꽂아 오아시스에 고정하는데 장식이 달린 핀을 사용하면 훨씬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이렇게 만든 머핀 모양 오아시스 위에 장미와 카네이션을 보기 좋게 꽂으면 꽃 머핀이 완성된다. 꽃 케이크는 실제 케이크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케이크의 시트처럼 둥근 오아시스 2개를 준비한다. 오아시스의 둘레를 유칼립투스 잎을 덧대가며 핀으로 꼼꼼하게 고정시켜 준다. 한 가지 색상의 장미를 이용해 생크림을 올리듯 한 송이 한 송이씩 오아시스에 꽂는다. 아랫단의 꽃은 윗단을 올릴 수 있도록 수평이 되게 꽂아야 한다. 윗단을 올리고 윗부분 역시 장미꽃을 촘촘하게 꽂아준다. 이때 장미 잎을 장미꽃 사이사이에 꽂아주면 훨씬 더 싱그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꽃보다 선물, ‘꽃 선물 상자’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꽃다발 하나로 끝내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선물 상자에 담으면 꽃만으로도 선물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선물 상자 하나와 오아시스, 장미꽃만 있으면 된다. 하트 모양의 작은 박스를 준비한 뒤 오아시스 역시 같은 모양으로 잘라 박스 안에 넣는다. 오아시스를 자를 땐 높이가 전체 박스 높이보다 약간 낮게 잘라야 한다. 이때 오아시스 아랫부분은 포장용 비닐로 감싼 뒤 박스에 넣어야 박스가 젖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이어 박스 위 뚜껑의 안쪽과 아래 뚜껑의 안쪽을 테이프로 고정시켜 앞 부분만 뚜껑이 살짝 벌어지도록 만든다. 장미의 줄기 부분을 잘라내 오아시스 안쪽에 수직으로 꽂은 뒤 양면 테이프로 위 박스 안에 고정한다(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세우는 원리를 생각하면 쉽다). 살짝 벌어진 앞 부분에 오아시스가 보이지 않게 촘촘히 장미를 꽂는다. 뒤쪽으로 갈수록 면이 좁아지기 때문에 앞쪽은 활짝 핀 꽃을 꽂고 뒤쪽은 꽃봉오리를 꽂는 것이 좋다.

고수 실력 뽐내려면 하트 모양 꽃다발

핸드 타이드 꽃다발은 초보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응용하면 할수록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꽃을 다루는 데 자신이 붙었다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고난도 꽃다발에 도전해 보자. 라프워스는 다른 연출법에 비해 다소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만든 이의 정성이 부각되는 꽃 선물로 하트 모양의 핸드 타이드 꽃다발을 제안했다.

우선 버드나무 가지와 같은 잘 휘고 탄력 좋은 마른 소재의 가지를 준비한다. 준비한 가지들의 4분의 1 정도를 골라내 와이어로 고정시켜 가며 하트 모양의 뼈대를 만들어 준다. 이어 나머지 가지들을 이용해 모양을 잡아가며 틀을 감는다. 이때 나무의 잔가지는 자연스럽게 뻗치도록 방향을 살려주는 것이 좋다. 하트 모양의 틀 안에 자수를 놓듯 장미를 심으면서 뒤쪽으로 빠져 나온 꽃대를 핸드 타이드 방식으로 잡아 나간다. 앞 부분은 가운데 부분이 솟아나도록 꽃이 크고 탐스러운 것을 꽂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봉오리처럼 작은 크기를 꽂아야 입체감이 살아난다. 여기에 곱슬과 홍가시 등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뒤 뒷부분의 꽃대를 와이어로 한데 묶으면 완성된다.

라프워스가 디자인한 런던 올림픽 ‘승리의 꽃다발’

한국에 온 라프워스
꽃 모양 왜곡 말고 자연스럽게 다루라

수전 라프워스는 제인 패커의 수석 플로리스트이자 브랜드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창립자인 제인 패커가 죽은 뒤 실질적 1인자지만, 그는 여전히 ‘제인 패커’ 브랜드의 2인자를 자처한다. 왜 본인만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인 패커는 꽃 스타일링을 하나의 디자인이자 예술작품, 패션이며 트렌드로 바꾼 최초의 디자이너”라며 “그녀가 만든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은 모든 플로리스트의 꿈”이라고 답변했다. 제인 패커의 스타일링 철학을 고수하는 것도 고집스러울 정도다.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는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제인 패커 브랜드 철학 중 하나인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꽃이 좋아하는 방법을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꽃의 모양을 인위적으로 왜곡하거나 해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꽃을 다루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색상을 섞을 땐 강도를 맞춰서 밝은 꽃은 밝은 꽃끼리, 파스텔톤은 파스텔톤끼리 꽂는 것이 내추럴한 표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트렌드인 정원풍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계절감이 있는 풀들을 함께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처음 한국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 그는 까사스쿨에서 열린 4일간의 수업을 마친 후 이런 평을 남겼다. “한국 수강생들은 시연을 해보인 대로 재현해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른 나라 수강생들은 ‘이만하면 됐지’라며 쉽게 만족하지만 한국 수강생들은 최대한 비슷하게 완성해 내려는 끈기를 보였다. 한편으론 옆 사람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거나 자신이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들이 보기에 부족하면 어때. 이게 내 작품 세계야’라고 하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꽃은 자연이라 어떻게 꽂아도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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