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구조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나라 설화에 지하대장군의 얘기가 있다. 땅속에서 대지를 어깨에 메고 있는 대장군이 너무 힘겨워 어깨를 갈아 메면 그때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지진이 옛날엔 많았던 모양이다. 기록을 보면 신라 29건, 고구려 11건, 백제 9건, 조선왕조 42건의 지진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지진계가 처음으로 설치된 것은 1930년 그후 연 평균 지진 발생횟수는 1930년대가 연15회로「피크」를 기록하고 있다. 그 이후로 지진은 점차 줄어들어 근년엔 아예 발생하지 않은 해도 상당히 많다.
큰 지진은 1934년9월4일 지리산 지진이 있었다. 진도Ⅲ. 그릇 속의 물이 술렁거릴 정도였다. 이런 지진은 지난 75년2월과 6월에도 있었다. 서울 동북방 강원도 근방이 진앙이었다. 역시 진도Ⅲ으로 창문이 와르르 흔들렸었다.
지진의 원인은 학자들에 따라 여러 학설이 있다. 고전적인 학설로는 화산지진설·구조지진설·함몰 지진설 등이 있다. 그러나 현대의 학자들은「판구조세」(Plate tectonics)을 가장 유력한 학설로 제시한다. 이 주장은 지각이 태평양 판·북미판 등 6, 7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에 근거를 둔다. 이들 판들은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서로 밀려나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때로는 겹치는 경우도 있다. 이 판들이 한해에 움직이는 정도는 무려 1㎝내지 10㎝나 된다는 것이다.
이 판운동은 왜 일어날까. 가령 남비 속의 물을 끓일 때 보면 그 물이 대류현상에 따라 빙빙 돈다. 지구속도 역시 그와 비슷해서「맨틀」이라는 액체가 끓으면서 대류 현상을 일으켜 그 위의 판이 들썩들썩한다는 것이다.
1972년「니카라과」의 대지진은 바로 이 판구조세의 대표적인 경우였다. 태평양 판이 흘러 움직이다가「말라카」해협에서 북미판과 부딪쳐「니카라과」는 북미판 밑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지진의 원인설로 보면 우리나라는 지상천국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지진이 없는 지대는「시베리아」(동쪽은 제외) 에서 북「유럽」의「스칸디나비아」반도에 이르는 지역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태백산 이북쪽의 한반도 전체와 백두산∼만주 지역이 그 지각과 비슷하다. 한반도의 그밖에 지역도 약2백50만년전인 중생대에 일어난 지각운동으로 이루어진 산맥들이다. 따라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판 구조상으로 움직일 여지도 없이 단단하다는 주장이다.
최근「루마니아」의 처참한 대지진을 보며 새삼 우리는 안정의 감을 갖지만, 한편 이 좋은 지상에 우리는 아직도 낙토를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딘지 부끄럽기도 하다. 하늘이 주신 복도 다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