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윤선도의 세연정 인근 50만㎡도 세모일가 땅"

중앙일보

입력 2014.04.28 00:39

업데이트 2014.04.2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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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6일 오후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리의 세연정(洗然亭). 조선시대 가사 문학의 대가 고산 윤선도가 1636년 들어와 세운 이곳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등 유명 작품의 산실이다. 역사적 의미에다 경치가 좋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 근처엔 상당한 규모의 논밭이 있다. 하지만 돌과 잡초만 무성했고, 주변 곳곳엔 버려진 빈집도 보였다. 주민 강모(74)씨는 “이곳의 땅 소유주는 대부분 세모 일가”라며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고 신도들이 버리고 간 집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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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길도에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것으로 보이는 땅이 있다. 25~26일 보길도 일대를 취재한 결과 마을 주민들은 보길면 부황리와 예송리 일대 땅 50만㎡(15만 평)가 ‘하나둘셋영농조합’의 땅이라고 증언했다. 실제 보길면 부황리와 예송리 일부 땅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소유자가 하나둘셋영농조합으로 나왔다. 이 조합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사무실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종교시설인 ‘금수원’이 있는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에 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세모그룹의 땅 구입은 오대양 사건 발생 전인 1985~86년 시작됐다. 보길도 앞 노화도에 세모조선소를 운영하며 땅을 사들였다고 한다. 오대양 사건 후 세모조선소는 없어졌지만 땅 매입은 더 활발해졌다. 강씨는 “90년대 초부터 약 10년간 80~90여 명의 구원파 신도가 섬에서 지냈다”며 “이때 토지를 집중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끼리 행사를 열고 밥도 한곳에 모여 먹는 등 폐쇄적 생활을 하다 2004년께 섬을 떠났다. 한 60대 마을 주민은 “당시 이들이 제주도와 울릉도, 청송의 농장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며 “현재는 부부로 보이는 관리자 2명 정도만 상주한다”고 말했다. 이 땅엔 주로 마늘·양파와 일부에 보길도 특산물인 황칠나무가 심어져 있다. 농사철엔 신도로 보이는 10~20여 명이 40인승 버스를 타고 와 일을 도와준다고 한다.

 마을주민 백모(72)씨는 “관광지인 세연정 일대와 제주도가 바라보이는 섬 남단 3만여 평이 모두 하나둘셋영농조합 명의”라며 “대부분 평당 15만~40만원으로 전체 가치는 3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화도에 있는 구원파 교회를 다닌 주민 윤모(70)씨가 보길도 땅 구입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을 주민은 “윤씨는 ‘세모 호남본부장’이란 명함을 들고 다녔다”고 했다.

 27일 전남 목포시 영산호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무안군 삼향읍 유교리 군산동마을. 마을 입구에서 5분 정도 들어가자 막다른 길 앞으로 5m 길이의 쇠사슬이 차량 출입을 막았다. 뒤로는 자물쇠로 잠긴 연두색 철문이 보였다. 철문 옆으로는 높이 2m가량의 철제 벽이 사유지 경계를 따라 이어졌다. ‘사유지로 출입 금지. 임산물 불법채취 및 밀반출 특별단속 지역’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문 오른편에는 ‘무안군으로부터 산림경영계획 인가를 받아 생태유기 농업단지로 조성 중’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왼편으론 ‘농업회사 법인 호일 주식회사’라고 세로 간판이 있었다.

 전남 무안군 유교리 일대 야산 114만7735m²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청해진해운 대표 김한식(72)씨가 2012년 3월까지 이 땅을 소유한 (주)호일의 감사를 역임했다. 호일의 현 대표이사 김찬식(59)씨는 유병언 전 회장의 ㈜모래알디자인의 이사도 맡고 있다. 모래알디자인은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전시회, 청해진해운의 수상택시 디자인 등 그룹의 디자인을 도맡아왔다.

 호일의 이사 추모(60)씨 역시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대표로 있는 몽중산영농조합의 감사를 맡고 있다.

 경로당 인근에서 만난 최모씨는 “4년 전 목포시가 공매한 임야를 다판다 목포지부장으로 알려진 이모씨가 사들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매년 3~5월이면 경기도 번호판의 대형 버스가 많게는 4대씩 들어왔는데 농담 한마디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말도 붙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임야에는 3만5000㎡에 달하는 저수지가 있다. 20여 년 전까지 목포시의 상수원이었으며 오랫동안 지역 농가들의 농수로 활용돼 왔다. 주민 A씨는 “철조망 안에서 물을 못 대게 해 가뭄 때 고역을 치렀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등산객 한모(45)씨는 “4년 전 산이 팔린 뒤 4곳의 주요 출입구에 철문이 만들어졌고 임야 주위로는 뾰족한 가시가 나 있는 탱자나무가 심어져 등산객들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보길도·무안=이승호·권철암 기자,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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