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학생과 교수가 정해진 인사를 나누는 대학이 있다. 학생들이 먼저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면 강단의 교수는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답한다. 이 대학 학생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매주 한 번 인문학 강의를 듣고, 졸업 전 누구나 총 58시간 이상의 자원봉사를 한다.
올해 개교 103년을 맞은 경기도 부천의 서울신학대 이야기다. 이 대학 유석성(63·사진) 총장은 지난해 학생·교수와 함께 ‘안·감·미’ 운동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세 인사말을 생활화하고, 마주치는 누구에게라도 먼저 인사하는 캠페인이다. 2010년 취임한 유 총장은 그해 2학기부터 철학·역사·경제·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 강좌를 도입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을 강사로 초빙해 매 학기 10여 차례 진행한다.
지난 17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난 유 총장은 “예절교육·인문학·사회봉사를 통해 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게 우리 대학의 목표”라며 “취업 위주의 가르침을 넘어 인성과 영성을 채우는 교육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 캠퍼스에서 학생 대부분이 먼저 인사하던데.
“전부는 아니었나 보다.(웃음) 미처 인사 못한 학생은 신입생일 거다.”
- 인사를 중시하는 이유는.
“안부를 묻고, 감사하고, 사과할 줄 아는 게 인간관계의 근본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국인은 인사에 인색하다. 예절의 기본인 인사를 제대로 하는 학생은 자연히 바른 인성을 갖추게 된다. 예의가 없으면 실력 발휘할 기회도 없다. 됨됨이가 안 된 사람에게 어느 회사가 일을 시키겠나.”
-‘3·3·3’ 운동도 하고 있다.
“하루 3번 이상 기도하고, 석 장 이상 성경 읽고, 3번 이상 사랑을 실천하는 거다. 신앙·지성·봉사를 생활화하자는 거다.”
서울신학대는 지난 10일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하는 ‘2014 대한민국 참교육대상’에서 사회봉사형 인재교육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신학대는 산학협력단을 통해 소외계층 자녀에게 1대1 맞춤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학교 사회봉사센터를 통해 영어동화 읽어주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인형극 등의 활동을 한다.
- 학생들에게 봉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봉사는 사랑의 실천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사랑, 정의, 평화다.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하면 뭐하나. 실천 없는 사랑은 감상주의일 뿐이다. ”
- 신학자(독일 튀빙겐대 신학박사, 현 한국기독교학회장)가 인문학을 강조하니 뜻밖이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게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인성과 학문의 기초이고, 신학을 배우는 데도 유용하다.”
서울신학대는 학부·대학원 재학생이 4000명 정도인 ‘작은 대학’이다. 유 총장은 “소규모 대학은 대형 대학에 비해 인성교육 등 차별화된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에 대해 유 총장은 “부실 대학은 빨리 퇴출시키되, 건강한 ‘작은 대학’은 적정한 정원을 유지시켜 다양한 대학교육이 가능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천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