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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차량·흙더미 … 북, 풍계리서 핵실험 준비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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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이 4차 핵실험 준비 단계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돼 정보당국이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의 핵실험장 3호(남쪽) 갱도에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전에 없던 작업용 차량들이 움직이고, 갱도 근처에 흙더미가 관측되는 등 이전 세 차례의 핵실험 직전과 상황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런 움직임들은 충격파를 감소시키기 위한 격벽(隔壁)을 설치하고 핵실험용 폭발장치와 관측용 케이블 연결작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외무성을 통해 핵실험을 예고한 후 한 달을 넘기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했다”며 “지난달 31일 북한 외무성에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런 움직임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2012년 등 세 차례의 핵실험 때 외무성 대변인의 예고 이후 각각 6일과 26일, 20일 만에 핵실험을 실시했다.

 특히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가 제재 움직임을 보이면 핵실험을 강행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북한은 지난 2월 말부터 무더기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4차 핵실험을 한다면 핵폭탄보다 위력이 큰 증폭핵분열탄을 이용한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는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폭핵분열탄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주변에 수소를 넣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핵폭탄과 수소폭탄의 중간 단계다. 소형화가 쉽고 파괴력은 원자폭탄의 5배가량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전후해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이 같은 북한의 핵 활동 움직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공개적으로 하려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취소했다. 풍계리 일대의 움직임은 한·미 연합정보 자산이어서 장관급의 결정 없이는 공개가 쉽지 않다. 국방부는 지난주 중반부터 풍계리 일대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언론 브리핑을 결정했다고 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공개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북한 핵실험을 이용해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주변의 지적을 수용해 브리핑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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