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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잠수 구조 능력은 세계 6위 … 예산 부족해 병력 못 늘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민간 잠수업체가 수중에서 군경 구조대보다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방식이고 기술과 장비도 좀 더 능력이 있다고 보면 된다.”

19일 오전 세월호 침몰 범부처 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고명석 해경 장비기술국장이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 군의 잠수장비가 그렇게 열악하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중앙SUNDAY가 민간과 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우리 군의 잠수장비와 능력은 민간의 그것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홍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장은 19일 중앙 SUNDAY에 “군의 잠수장비가 민간의 잠수장비보다 더 우수한 게 많고 정품이나 규격품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공기를 주입하는 호스의 경우 군은 정품을 쓰지만 민간업체는 농약살포용 호스를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인양과 2010년 천안함 인양에 참여했던 군 출신 해양구조전문가도 “군의 잠수·구조장비는 민간 보유 장비를 크게 앞서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특히 우리 군 잠수사들의 구조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6위권의 뛰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SSU 대장을 지낸 진교중 예비역 대령도 “군 보유 장비가 민간에 뒤지지 않는다”고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런 반박이 이어지자 사고수습본부 고 국장은 이날 저녁 “군과 민간 간에 능력의 차이는 없다”고 오전 발언을 뒤집었다. 해군도 이날 저녁 “SSU와 UDT 대원 28개 조 56명을 차례로 투입해 선체를 집중수색하고 인도색 설치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 해역 물살의 힘, 쇳덩이 40㎏에 해당

그렇다면 우리 군의 잠수능력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선 세월호 침몰 직후 신속히 잠수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차 회장은 “보통은 (잠수사들이) 한번 입수할 때 탐색선(가이드라인)을 여러 개 확보하지만 사고해역이 워낙 유속이 빠르고 시야가 어두운 데다 기상까지 나빠 1차 입수 당시 1개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난구조전문가도 “탐색선이 하나밖에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선 한번에 입수할 수 있는 잠수사 숫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작업 진척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수경이 저절로 벗겨질 만큼 조류가 세다. 전문 잠수사가 버틸 수 있는 유속 한계가 1노트인데 해당 지역 유속은 3노트에 달한다. 이는 몸무게 70㎏인 남자에게 40㎏짜리 쇳덩이가 매달린 압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탐색선을 반드시 잡고 내려가야 한다. 또 정조 시간대가 아니면 작업이 불가능하다. 하루 한 시간 동안 결박·진입·탐색·구조를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선내에 진입한 뒤에도 문제다. 시야가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떠다니는 부유물로 인해 전진이 어렵고 탐색선이 잘렸을 수도 있다. 이런 제약 때문에 현장에 잠수부들은 500여 명 이상 대기하고 있지만 실시간 투입인원은 10명 이내일 수밖에 없다고 차 회장은 설명했다.

천안함 때 민간 잠수사 8초 만에 쇼크
해양구조전문가는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잠수의 성격이 ‘구조(salvage) 잠수’란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 잠수는 배가 침몰된 직후 해상에 떠있는 승객들을 구하는 인도적 구출(resque)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도적 구출은 인근을 지나던 어선 등 민간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구조잠수는 바닷속에 침몰한 선박 내부에 들어가 구조하는 것이라 고도로 훈련된 전문 잠수사만 할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잠수부들에겐 구조잠수는 역부족이란 게 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그는 “천안함 침몰 당시 민간 잠수사들이 강하게 참여를 희망해 입수를 허용했지만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8초 만에 쇼크 상태에 빠져 올라왔다”며 “이들은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면서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또 “서해 훼리호 침몰 때도 연예인 출신 민간 다이버가 방송사 카메라를 동원해 입수했다가 조류에 밀려가는 바람에 군 잠수사들이 그를 구조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민간 잠수전문가인 차 회장도 “사고 해역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민간 잠수사가 많은데 위험한 얘기다. 현장 상황이 워낙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해군은 SSU를 집중적으로 사고해역에 투입하고 있다. SSU는 ‘선박구조부대(Ship Salvage Unit)’의 약자로 선체 인양 등 해난사고를 전담하는 정예부대다. 이들은 98년 여수 앞바다에서 격침돼 수심 150m에 가라앉은 북한 반잠수정을 건져올려 그때까지 98m였던 인양 최고기록(미 해군)을 경신,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SSU 대원들은 입수 전 원사·준위급인 잠수감독관으로부터 신체 컨디션을 측정받고, 잠수시간도 10분 내외로 엄격히 제한을 받는다. 천안함 폭침 당시 장병들을 살리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잠수를 거듭했던 고 한주호 대위가 숨진 비극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다. 모두 92명인 SSU 대원은 사고 해역에 사실상 전원이 투입된 상태다. 또 다른 수중특수부대인 UDT는 수중 폭약 제거나 대테러 작전을 목표로 잠수훈련을 받기 때문에 재난구조에는 SSU가 적격이라고 해난구조전문가는 설명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SSU 대원들은 끼니마다 턱걸이를 25개, 즉 하루에 75개를 해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고강도 훈련을 한다. 또 SSU 대원들은 선박의 구조를 그린 평면도인 ‘보수서’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입수한 뒤에는 머릿속에 든 보수서 내용을 바탕으로 탐색선을 결박할 기둥 같은 선박의 특정 목표물을 찾아내야 한다. 또 선박을 구성하는 핵심 프레임(철골)의 전체 위치를 파악해 인양 시 케이블을 연결할 지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엔 제곱근과 삼각함수를 동원한 수식도 동원된다. 이런 능력은 1년 이상 훈련을 받은 SSU 내 엘리트 잠수사만 보유할 수 있다. 탐색선을 사고 선박에 연결하는 ‘결박’ 테크닉 역시 집중훈련을 받아야만 나오는 능력이다. 진교중 전 SSU 대장은 “SSU 부대원의 20%는 구조작업 중 가장 어려운 탐색선 설치를 직접 할 수 있는 대원들”이라고 말했다. 93년 서해 훼리호 사고 당시 SSU 병력은 60명이었다. 21년 뒤인 지금도 대대급(92명)에 머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연대급 부대로 지정돼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병력이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산업잠수협회에 정식 등록된 공인 잠수사 600~700명 가운데 구조 잠수 능력을 갖춘 이는 100~200명 선인데 상당수가 해군 SSU 출신”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사고 지역에 온 민간 잠수사 가운데는 이런 구조 잠수 전문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들은 구조 잠수 능력을 바탕으로 전국 바다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인데 만일 해경에서 민간 잠수인들을 충원한다면 이들로 국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인 잠수정, 내부 진입은 못 해
사고 해역에서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첨단 잠수장비를 이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공기를 주입한 종 모양 기구를 잠수사 작업공간 옆에 에어포켓 용도로 부착해 잠수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기구 안에서 휴식한 뒤 작업을 재개할 수 있는 ‘다이빙 벨’이나 최대 시속 2.8㎞ 속도로 이동하면서 로봇팔과 수중카메라로 사고 선박 내부를 탐지하는 무인 잠수정 ‘해미래’(한국해양과학기술원 개발) 등을 투입하자는 제언이 학계와 잠수업계에서 나왔다. 하지만 다이빙 벨은 잠수사가 선박에 도달하는 걸 돕는 장치일 뿐 내부 진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진교중 전 대장은 일축했다. 무인 잠수정 역시 속도가 유속(시속 8㎞)에 크게 못 미치는 탓에 이미 사고 해역에 투입됐다 조류에 휘말려 무용지물이 된 무인로봇과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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