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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35> 세계의 고가 초콜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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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민상 기자

와인과 커피처럼 고급·고가의 기호품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초콜릿 세계에도 일고 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 등지에 고가 초콜릿을 파는 상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지요.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고가 초콜릿 매장이 뿌리를 내리고, 여기에 장인정신까지 발휘해 제조 기술도 고급화되고 있습니다. 고가 초콜릿 제품과 더불어 우리가 몰랐던 초콜릿의 역사와 종류, 효능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계의 고급 초콜릿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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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닙실트(Knipschildt)=1999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수제 초콜릿 회사. 이 회사에서 만든 라마들리너오트루페(La Madeline au Truffe) 초콜릿 가격은 파운드(453g)당 2600달러(약 270만원)에 달한다. 프랑스산 송로버섯을 카카오 함량 70%에 달하는 고급 초콜릿으로 감쌌다.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송로버섯은 캐비아, 거위간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손꼽힌다.

● 델라페(Delafee)=스위스 프랄린 초콜릿과 금을 결합한 상품. 델라페는 ‘요정으로부터’라는 뜻이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원두는 중남미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가나에서 나오는 카카오 열매를 배합해 만들었다. 카카오 함량이 56%에 달하는 다크 초콜릿이다. 이 초콜릿에 24k 금가루를 뿌려 성공과 아름다움, 영원을 상징하도록 했다. 가격은 파운드당 500달러(약 52만원).

● 고디바(Godiva)=벨기에에서 1926년 설립된 초콜릿 회사다. 고디바는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방 영주 부인의 이름을 땄다. 고디바 부인이 남편에게 시민들이 과중한 세금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더니 남편은 “옷을 몽땅 벗고 마을을 말을 타고 한 바퀴 돌면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고디바 부인이 남편의 말을 듣고 나체로 마을을 돌자 시민들은 모두 커튼을 치고 아무도 집밖에 나오지 않았다. 초콜릿 원료가 되는 코코아 열매를 중남미·아프리카 농장과 직거래해 관리한다. ‘G컬렉션’은 파운드당 120달러(약 13만원) 수준이다.

● 리샤(Richart)=프랑스에서 1925년에 생겼다. ‘초콜릿 디자이너’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기하학적 무늬에서 귀여운 그림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이 다양하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가게를 잇는 미셸 리샤가 초콜릿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파운드당 120달러(약 13만원) 수준이다.

● 피에르 마르콜리니(Pierre Marcolini)=벨기에 출신인 쇼콜라티에(초콜릿 장인) 피에르 마르콜리니가 1995년 세운 회사. 마르콜리니가 직접 중남미 농장을 돌아다니며 초콜릿 원료를 골랐다. 현재 쿠바 지역에서 재배된 카카오 원두를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콜릿 안에 사과·배·멜론 등 과일뿐 아니라 후추 등 향신료도 가미했다. 가격은 파운드당 102달러(약 11만원) 수준.

 ※각 초콜릿의 파운드당 가격은 2006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자료

초콜릿의 역사

 초콜릿을 처음 접한 유럽인은 신대륙을 찾아 항해했던 콜럼버스였다. 당시 초콜릿은 지금과 같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커피처럼 카카오나무의 열매로 만든 음료였다. 기원전 1000년께 중남미 문명을 이끌었던 올멕족이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라는 말을 사용했을 것으로 언어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4세기 무렵 이 지역에 마야족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마야족은 5세기 무렵 거대한 궁전과 신전의 벽에 삶과 풍요의 상징인 카카오 열매를 새겼다. 마야족이 남긴 책에는 앉아 있는 신들 앞에 카카오 열매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접시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에는 ‘카카오는 그의 음식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카카오 열매가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다. 14세기 멕시코 일대를 지배했던 아즈텍족은 카카오를 왕족과 귀족만 먹을 수 있게 했다. 평민은 전쟁에 나갈 경우에만 맛볼 수 있었다. 초콜릿이 힘을 북돋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즈텍족은 카카오 원두를 화폐로도 썼다. 카카오 원두 100개로 노예 한 명을, 4개로 토끼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아즈텍이 카카오 열매로 만든 음료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내는 걸쭉한 초콜릿과는 달리 쓰고 기름졌다. 신대륙으로 쳐들어온 스페인인은 이 음료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1528년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카카오 열매를 유럽 대륙으로 들여왔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나서야 초콜릿은 왕과 귀족들의 기호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배에서 술이 떨어지자 점차 카카오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들은 카카오에 영양분이 풍부하고 성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럽에서 카카오를 마시는 습관은 17세기부터 크게 유행했다. 화려한 바로크 시대는 새롭고 이국적인 것들을 갈망했다. 초콜릿은 커피와 차 그리고 설탕과 함께 새로운 것을 찾는 욕구를 충족시켰다. 강장제나 성욕촉진제로도 알려지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카카오 열매 수요는 급속도로 늘었지만 이를 뒤받쳐줄 노동력인 중앙아메리카의 인디오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 초콜릿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유럽에서 유행한 천연두와 홍역 같은 전염병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인을 중남미로 데려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했다.

 17세기 포르투갈은 브라질에서 가지고 온 프라스테로종 카카오나무를 아프리카 기니만 가봉 서쪽의 상도메에 이식했다. 네덜란드도 이 시기 카카오 나무를 아시아 식민지인 자바와 수마트라로 이식했다. 20세기 초에도 유럽 국가들은 필리핀과 뉴기니·사모아에도 카카오 농장을 세웠다. 그 결과 오늘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카카오의 55%는 아프리카산이다. 정작 카카오의 고향인 멕시코산은 2%에도 못 미친다.

 20세기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초콜릿은 군인의 전투 식량으로 부각됐다. 미국의 허시(Hershey)를 비롯해 거대 초콜릿 제조회사들이 대량으로 제조해 세계 곳곳에 초콜릿 수출을 시도했다. 초콜릿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대한제국 말로 추정된다. 해방 후 미군정 시기에 미군의 비상식량으로 사용되었던 초콜릿은 신기한 외래 식품이었다. 미군과 초콜릿은 뗄 수 없는 이미지가 됐다.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 군인들의 귀국 배낭 속에 들어 있는 미군 전투용 비상식량 초콜릿도 여전히 인기였다. 요즘 초콜릿은 밸런타인데이에 남녀 간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물이다.

카카오 열매에서 초콜릿까지

 초콜릿은 상록수인 카카오나무의 열매에 들어 있는 씨앗으로 만든다. ‘테오브로마 카카오’라는 학명을 가진 카카오나무는 북위 20도와 남위 20도 사이에 강수량이 많은 열대 지방에서 자란다. 평균기온은 18도에서 32도 사이여야 한다. 1년에 1250~3000㎜ 비가 내려야 한다. 또 키 큰 나무가 근처에 있어야만 자라는 특성이 있다. 그늘이 바람과 햇빛을 막아줘야 수분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메이카 등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토양 자체가 충분히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나무 그늘이 없어도 성장할 수 있다. 당분이 많은 카카오 열매에는 과육을 즐기러 오는 동물로 피해를 보기도 한다. 병충해에 걸리기도 쉽다.

 카카오나무는 사과나무와 거의 같은 높이로 자라며 3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생장 조건이 맞으면 적어도 20년 정도까지 열매를 맺는다. 길이가 20㎝ 되는 열매 속에 아몬드 모양 씨가 20~40개 정도 들어 있다.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은 포라스테로(Forastero)라는 품종이다. 아마존 고지대가 원산지이지만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이 난다. 고급 초콜릿은 ‘크리오요(criollo)’라는 품종에서 자란다. 멕시코·중앙아메리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재배된다. 섬세하고 강한 향이 나는 고가의 카카오 원두를 생산한다. 하지만 병충해에 약해 소량만 재배한다. 카카오 열매에는 과육과 함께 씨앗이 있다. 열매를 반 쪼개 씨앗만 손으로 골라낸다. 과육이 조금 묻어 있는 씨앗을 발효해 건조시킨다. 발효는 씨앗의 배아를 죽여 발아를 막고 초콜릿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보통 40㎝ 높이 나무 상자에서 발효시킨다. 나무 상자의 틈새는 즙의 배출과 공기 순환을 도와준다. 바나나 잎으로 과육과 씨를 덮어주기도 한다. 바나나 잎은 효모와 박테리아를 가져와 발효를 가속화시켜 준다.

 발효 후 건조된 카카오 원두는 배나 항공기로 초콜릿 제조공장으로 옮겨진다. 발효된 카카오 원두를 볶으면 커피 빛깔이 난다. 볶기는 초콜릿 제조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카카오 원두는 볶아야 고유의 맛과 향이 난다. 너무 많이 볶으면 씨의 본래 맛과 향을 잃게 돼 쓴맛이 난다. 반대로 덜 볶으면 약간 쓴맛을 내는 겉껍질을 제거하기 힘들다.

 볶은 카카오 원두를 갈면 찐득한 덩어리로 변한다. 1820년대 이 찐득한 카카오 덩어리에서 카카오 버터를 분리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끈덕진 버터를 분리하니 운반하기 편리한 가루 형태로 남길 수 있었다. 이 코코아 가루로 다크 초콜릿을, 버터로 화이트 초콜릿을 만든다. 다크 초콜릿에 우유나 연유를 첨가하면 밀크 초콜릿이 된다.

초콜릿의 종류

● 다크 초콜릿=최소한 34% 카카오를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더 좋은 초콜릿이다. 사람 미각이 발달하면서 60% 이상 카카오가 함유된 초콜릿을 찾기도 한다. 최근에는 함유량이 70~80%에 이르는 제품들도 있다. 양질의 다크 초콜릿에는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요리할 때 소금과 같아서 맛을 살려줄 정도 양만 넣는다. 밀크 초콜릿에는 우유나 연유 같은 유제품이 들어가지만 다크 초콜릿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 밀크 초콜릿=1870년 낙농업이 발달한 스위스의 다니엘 페터가 연유를 넣어 밀크 초콜릿을 음료로 개발했다. 그 후 스위스의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에서 분유를 넣은 고형 밀크초콜릿을 개발하면서 쌉싸래한 다크 초콜릿은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순한 맛을 가진 밀크 초콜릿으로 탈바꿈했다. 좋은 밀크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40%에 달한다.

● 화이트 초콜릿=카카오 가루인 고형분 없이 카카오 버터만으로 만든다. 카카오 버터에 설탕과 우유, 향을 첨가한다. 약간 노란색이나 아이보리색을 띤다. 미국에서는 화이트 초콜릿에 카카오 버터가 최소 20% 이상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화이트 초콜릿은 다크 초콜릿처럼 깊은 맛은 없다. 흔히 장식용으로 사용된다.

 ※참고서적 『초콜릿 이야기』(살림), 『초코리티어가 알려주는 57가지 초콜릿 수첩』(우듬지)

도움말 정한진 창원문성대학 식품조리과 교수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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