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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생칼럼

어른들의 배신, 아이들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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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오경영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4학년

좀처럼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가라앉은 배를 들어 올려 사람들의 숨을 확인해야 우리의 숨통도 트일 텐데 지금 이 순간에도 힘겹게 숨을 쪼개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턱하고 얹힌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온종일 뉴스는 중계되고, 우리는 TV화면의 세 숫자에 애가 끓는다. 오전엔 더 이상 올라가면 안 되는 숫자가 쿵 쿵 올라가더니 현재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움직이지 않는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 버리는 지금, 기적의 생존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속 시원히 터놓자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 투성이다.

 한 문명국가가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음에도 탑승자 숫자조차 오락가락이고, 287명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의 카메라가 우릴 향해 돌아가는 가운데, 여전히 사고의 명확한 원인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늑장대응, 유관기관의 엇박자 행보 등 함께 지적할 부분이야 많지만 모든 판단은 정확한 사실 확인 뒤로 일단 미루고, 대신 지금은 이 참변에 대해 이것만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모두 조용히 있으라 하고선 혼자 유유히 사라진 선장, 그가 부끄럽다. 이어 높은 위치에서 상황을 신속 정확하게 해결하는 리더십보다 굳이 현장 가까이 와서 어지러운 쇼맨십만 발휘한 정치인도 창피하다. 또한 안전 장비를 점검하지 않은 담당 직원도 잘못했다. 만약 라이프 래프트(life raft), 즉 비상시 자동으로 터져 생존을 보장하는 그것만 정상 작동했다면 이 비극은 반으로 줄 수 있었다.

 어른들의 비열함과 무지함, 무책임으로 학생들은 온전히 비극의 피해자가 됐다.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무서워. 우리 위쪽으로 올라갈까” 하는 학생들의 다급한 대화가 들리지만, 그들은 한 명씩 책장 밑에 들어가 웅크린 채 구조를 기다린다. 배가 계속 기울고 물이 차오름에도 움직이지 말란 방송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안내가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줄 거라 믿고, 두려운 만큼 지시에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믿었던 이들은 자신들의 몸만 책임졌다.

 그 때문에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나는, 나중에 학생들에게 비상 상황 대처법을 알려줄 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교과서는 ‘안내방송의 지시에 따르며 통솔자의 말에 귀 기울인다’로 명시하는데, 혹 현실이 오늘과 같다면 이건 지극히 위험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 이하의 현실이라면 차라리 교과서를 고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TV화면의 세 숫자는 움직이지 않는데 날은 저물고 비만 거세진다. 오늘 밤, 비에 젖은 바다일지라도 부디 그들이 살아주길 바란다. 돈은 말릴 수 있지만 부모의 눈물은 평생 마를 수 없기에.

오경영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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