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로 찾아가기/회계사] 기업 경영 흐름 정통한 전문가 … 인수합병 컨설팅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청소년이 선망하는 직업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진로 찾아가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직업현장을 찾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선 어떤 길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중고생 눈높이에 맞춰 알려드립니다. 6회는 회계사입니다. 

어떤 학생이 우등생인지 열등생인지는 그 학생 성적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영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업 성적표는 무엇일까. 바로 재무제표라고 불리는 기업의 장부다. 재무제표를 보면 돈과 물건이 얼마나 어떻게 오갔는지, 그 결과 그 기업이 이익을 냈는지 아니면 손해를 봤는지에 대한 정보를 다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의 성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성적표가 정확히 기록돼야 하듯 기업 재무제표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정보 대신 부정확한 내용이 담기게 되면 그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기업 성적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신뢰할만하다는 공인해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 그들이 바로 공인회계사다. 시장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셈이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회계사의 꽃으로 불리는 회계법인 파트너는 임원급 회계사를 뜻한다. 삼정 금융사업본부 조원덕 상무이사는 "파트너가 매력적인 이유는 회계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두루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이익이 안 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사업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때때로 수지 계산을 해야 하는데 만약 기업마다 제각각 이 방식과 용어가 다르다면 큰 혼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회계란 통일된 용어를 사용해서 기업 활동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과정이다. 기업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꼭 회계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글을 배워야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회계를 ‘비즈니스 언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IFAC) 이사(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숫자로 기업 자금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회계사 역할은 뭘까.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기업의 눈속임을 막아 실적을 인증하는 일이다. 기업은 필요에 따라 자기 실적을 부풀리거나 축소할 유혹에 빠지는데, 만약 이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거짓 정보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 그 기업이 증시에 상장돼 있다면 투자자가 손해볼 가능성이 커지고, 납품업자나 소비자 등 직접적 이해 관계가 있는 사람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기업만의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이런 기업이 많다면 세금 징수에도 영향을 준다. 회계사의 1차 업무가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거다.

그러나 회계사 업무 영역이 이 같은 회계 감사 기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기업 경영 흐름에 정통한 전문가이다 보니 기업을 합병하거나 매수하는 인수합병(M&A) 활동이나 기업의 미래 전략 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컨설팅 업무도 한다.

 이렇게 자본주의를 최일선에서 작동시키는 전문가 집단인만큼 회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녹록치 않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1, 2차로 나뉘는데 1차 시험 과목은 경영학·경제원론·상법·세법개론·회계학과 영어다. 2차 시험은 세법, 재무관리, 회계감사, 원가회계, 재무회계 등으로 이뤄진다. 경영,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다수이긴 하지만 비경상계열 응시자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영욱 조사역은 “지난 13년은 합격자의 약 4분의 1이 비경상계열 전공자였다”고 말했다. 한혜숙 조사역의 전공도 심리학이다. 한 조사역은 “경영학과 졸업생보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전공이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평균 얼마나 공부해야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적지 않겠지만 합격자의 경우 평균 3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집중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는 식의 공부로는 3년도 부족하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회계 마인드’가 필수. 최소 1년에서 2년 간의 몰입 기간을 거쳐야 이런 마인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여성 합격자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다른 전문직종에 비교해 볼 때 남성의 비율 7대3 정도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해마다 응시생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평균 합격연령대는 남성이 26.8세, 여성이 25세다. 공인 회계사 시험에 척척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참을성과 집요함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꼼꼼하고 지루한 것을 잘 견디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의 속성상 암기력 보다는 이해력과 직관력이 더 필요하다. 시험에 통과했다고 해서 그 즉시 회계사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충분한 실무 경험을 쌓아야 정식 회계사가 된다. 금융공기업이나 회계법인, 재경부 등의 정부기관의 경우 2년 이상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고 대기업의 경우 3년 이상의 수습을 거쳐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정식 회계사로 등록된다.

 해마다 새롭게 배출되는 회계사들은 1000명 수준이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회계 법인은 대형 외국계 회계법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삼일 PWC, 삼정KPMG, 언스트앤영. 딜로이트 안진 등이다. 지난 13년의 경우 1000명의 합격자 중 80% 정도가 4대 법인에 입사했다. 4대 법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공기업이나 은행에 취직하기도 한다. 일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영어로 수업하는 관리회계 수업엔 외국인 학생도 적지 않다. 경영대학의 회계사 시험 준비반인 정진초. 2013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고대 출신 108명 중 71명(66%)이 정진초에서 공부했다. [사진 고려대]

 양종승 한화생명 변액계정운용사업부 공인회계사는 “기업 안에서 가계부를 쓰는 역할을 사람이 내부 회계사다”라고 말했다. 같은 회계사 이므로 외부 회계 감사 법인과의 의사 소통도 더 수월하다고 한다. 이들이 받는 초봉은 어느 정도일까. 결코 쉽지 않는 시험에 통과한 전문가들이지만 예상과 달리 초봉은 많지 않다. 대기업과 비슷한 3800만원에서 4000만원대 수준이다. 그러나 시작이 그렇다는 얘기지 어떤 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연봉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가장 인기 있는 진로는 회계사 일을 하면서 기본을 다진 다음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나 소수 특정인을 대상으로 돈을 모아 투자활동을 하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관련 업무로 진출하는 것이다. 연봉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물론 버티는 것도 방법이다. 회계법인에서 뚝심 있게 20년 정도 견딜 자신이 있다면, 20년 후 ‘회계사의 꽃’이라고 하는 파트너 자리를 꿈꾸며 일하는 것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기회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많다고 생각한다면 아예 일반 기업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회계 지식이 없으면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경험과 직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탄탄한 회계 지식은 경영자로 성장하는데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다. 회계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업무 스트레스는 어떤 것 일까. 대부분의 회계사는 감사 보고서 제출 시점에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엄청난 강도의 야근을 꼽는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이듬해 3월까지 기업의 1년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한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야근을 필수다. 밤낮없이 일만 하는 생활이 계속된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자칫 방심해서 기업 실적을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하면, 정직 등의 징계를 당하기도 한다. 회계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반면 보람도 적지 않다. 감사를 담당했던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든지 맡았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때 느끼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안진 신희엽 회계사는 “성실하게 일하면서 회사 내부와 클라이언트와 쌓이게 되는 ‘신뢰와 신의’가 가장 큰 보람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로 전문가가 본 이 직업
직업은 진화한다…
옛 정보로 직업 고르지마라

직업은 생물(生物)과 같이 진화한다. 새로 만들어지거나 사라지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회계사는 역시 초기엔 단순한 출납·계산 등의 업무를 하는 직업에서 출발했지만, 이젠 공인회계사 제도가 도입될 정도로 전문성 있는 직업이 됐다. 회계사는 다양한 기업 고객을 상대해야 하므로 분석적인 능력 외에도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친화성이 요구된다. 특히 점점 더 감사·컨설팅·세무 등 특화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이렇게 직업이 계속 진화하는 시대에, 청소년에게 단편적인 진로·직업 정보를 주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은 부모 등 주변 사람에게 이미 고착화한 단편적 직업정보에 의존하기 쉽다. 남의 말만 듣고 공인회계사 자격을 따고 회계 법인에 근무하면서도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없다. 단순히 선망에 의해 직업을 선택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 지원 정책, 그리고 학부모에게 진로·진학·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진로교육 팟캐스트에 기대를 걸어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장현진 부연구위원

고려대는 1905년 경영학의 전신인 이재학과 법률학으로 시작됐다.

대표학과-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국내 단과대 중 최대 규모
회계사 준비생에 별도 공간

고려대는 경영학은 물론 경영대학원(MBA)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2014학년도 경영대학 학부 신입생은 408명으로, 이중 외국인은 42명이다. 윤성수 고대 경영전문대학원 MBA 부원장은 “고대 경영대학의 강점은 교수진과 최첨단 교육 시설”이라며 “전임 교수가 87명으로 국내 단과대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경영대학 연구 성과(UTD) 3년 연속 국내 1위(세계 88위)에 올라 교수진의 역량을 증명하기도 했다.

 고대 경영대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정진초’라고 불리는 일종의 독서실로, 이 학교 출신 회계사 선배들이 회계사를 꿈꾸는 후배를 위해 건립했다. 학과 상관없이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는 4학년 임성수(26·경제학과)씨는 수업이 없는 날은 이곳에서 10시간 이상 공부한다. 임씨는 “고교에 경영 과목이 없어 몰랐는데 대학에 와서 회계와 재무를 공부해보니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윤 부원장은 “학교에서 회계사 시험 준비를 돕기도 하지만 단순히 시험만을 위한 회계 공부가 아니라 경영학도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회계 지식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공 과목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해외 유명인 특강이나 인문학 수업도 열심히 한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같은 명사 특별 강연을 수시로 열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엔 기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테드(TED)형 동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자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작하기도 했다.

 국제인턴십은 고대 경영대학의 자랑이다. BoA메릴린치와 블룸버그 등 글로벌 금융회사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인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2013년에는 학생 22명이 13개 기관에서 경험을 쌓았다.

 경영대학은 자체 경력개발센터가 있는데, 1학년부터 개인 맞춤형 경력 개발 프로그램인 커리어 서비스를 한다. 이 과정에서 폭넓은 동문 인맥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재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 멘토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교에서 채울 수 없는 실무자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