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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 최고위원 누가 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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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 전당대회는 앞으로 열흘 남짓―. 주류측이 이충환·김재광·유치송씨 3명을 공천후보로 내세운데 이어 비주류의 김원만·정해영·이철승·고흥문·신도환씨 등 5파 대표들도 3일부터 전국조직에 들어감으로써 대의원 7백73명의 표밭은 불붙기 시작했다.
이들 공천후보 8명 외에 최형우 김상현씨 등 단독출마자와 결심을 안 밝히고있는 김형일·김옥선씨의 이름까지 오르내려 선거판도는 혼미상태―.

<조직과 자금 동원, 득표전>
6명을 뽑는 최고위원선거의 당선권은 넉넉잡아 1백표선―.
대부분 후보들도 득표활동의 목표를 이 선으로 책정하고 그 수의 2∼3배의 대의원을 선정, 이들에게 집중공작을 펴고있다.
따라서 평소 조직관리를 통해 고정표를 갖고있는 기성 계파가 유리하리란 관측이다. 이런 점에서는 독자 계파를 형성해온 비주류의 이철승·고흥문·신도환 후보와 주류의 유치송 후보(견지동우회)가 나은 편이며 평소 자기조직을 안 가져온 정해영 김원만 이충환 김재광 후보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불리를 이 기준에서만 따지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계파를 형성하는 지구당위원장들의 소속대의원 통제력이 문제가 되고, 계파보스에 대한 위원장 자신의 충성심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당내지위가 든든한 현역의원 일부를 제외한 많은 지구당위원장들은 이번 대회를 바로 10대 의원선거의 공천과 관련시켜 당내실력자 누구와도 원수 맺기를 피하는 처신을 할 가능성도 크다.

<판도혼미…고정표가 관건>
후보들의 동정표가 얼마나 될 것인가는 각파의 최고 기밀.
고정표의 수에 따라 득표활동의 규모와 폭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정표가 적은 후보일수록 더 많은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치송 후보를 견지동우회의 독자활동에 맡긴 주류는 나머지 두 후보인 이충환·김재광씨에게 김영삼씨계 세력을 안배,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조직배경에는 특히 이충환씨를 배려, 김영삼파 자신을 비롯하여 김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원·내외지구당 위원장들을 배정했다.
비주류는 최고위원선거에는 각파 단위로 임하되 대표선거에는 연합한다는 전략.
최고득점자를 대표로 밀자는 의견도 있으나 그럴 경우 서로 최고득점을 노려 불가침협정이 깨질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는 얘기도 있다.
정일형씨 추대문제는 비주류가 최고위원선거에서 2명 정도 당선되는 참패의 경우 오히려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이 논리에 따르면 대표선거에만 나서는 김영삼씨는 주류가 최고위원선거에서 져야 자기 선거가 유리해진다는 이율배반적 입장이 된다.
각 후보별로 입장을 보면―.
▲이충환 후보=네임·밸류와 총재대행을 맡고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나 조직과 자금면에서 열세다. 조직과 자금을 주로 김영삼씨측에 의존해야 할 형편.
▲김재광 후보=아직도 곳곳에 과거의 자기부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장. 고흥문계에 가있던 노승환 의원을 즉각 소환하고 중도의 박해충 오세응 의원의 지지를 약속 받았으며, 과거 같은 무소속이었던 진의종 김인기씨의 호의적 반응도 얻어 스타트가 좋은 편.
▲유치송 후보=구 진산계의 정통을 이은 견지동우회를 기반으로 하고있어 조직면에서 고지에 선 셈. 원만한 성격도 강점이나 재선이란 경력과 자금력 부족이 약점.
▲김원만 후보=화요회와 구 김대중계를 기반으로 하고있고 비주류의 이른바 대표최고위원이었던 관록도 있으나 화요회 멤버(8명)의 단합과 열성이 문제.
구 김대중계 세력은 김상현씨가 끝내 나설 경우 그와 양분될 공산이 커 김씨와의 조정도 문제다.
▲정해영 후보=충분한 자금력이 강점이나 조직이 없다는 게 약점. 그러나 강한 표 집결력이 무기.
▲이철승 후보=조직·자금면에서 당내 유수한 계파라는게 강점이나 김영삼씨 인책후퇴론·박수대회론 등 결과적으로 채택되지 않은 주장을 펴온 약점을 안고 있다. 원내6, 원외5개의 지구당을 거느린 비주류내 대형계파다.
▲고흥문 후보=조직·자금면에서 안정된 입장. 상당한 고정표를 자신하고있고 주변에선 최다득표를 목표로 활동.
▲신도환 후보=당내 후발계파인 신우회를 기반, 앞으로의 표의 신장률이 문제일 듯. 부드러운 대인관계와 정치력에 의한 개인적 인맥이 강점.

<세대교체에 대한 성향주목>
최형우·김상현씨 등 소장출마는 이번 대회의 이변이라는게 중론―.
최 의원의 출마동기에는 구구한 설이 돌고있고 그 중에는 『김영삼씨계의 조직관리가 최 의원의 손에서 김씨의 실제 등 딴사람에게 대부분 넘어간데 감정이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최씨 자신 4일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했고 『김영삼 전 총재가 최고위원에 직접 나서지 않는한 끝까지 해본다』고 말하고 있어 도중하차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
김씨계 핵심조직요원 상당수를 포섭하고 조윤형씨 등의 지원을 받고있지만 실력은 미지수.
그러나 최 후보가 주류계룰 침식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주류 공천후보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최 의원자신을 포함한 주류후보가 다함께 당선권미달이 될 우려도 거론되고 있다.
김상현씨 출마는 구 김대중계 표를 의식한 것으로 당선여부보다는 김대중계 건재 과시나 김씨의 정치적 목적이 작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있다. 김씨 자신은 대회에서의 바람을 기대하고 있으나 김원만씨와의 관계나 동교동(김대중씨)의 내락이 없었다는 설 등으로 미루어 도중하차의 가능성도 있다.
최·김씨의 출마는 그동안의 보스정치에 대의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배경과 세대교체에 관한 대의원들의 성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후보마다 2천만선 뿌릴듯>
표 획득을 위한 후보들의 주무기는 뭐니뭐니 해도 자금.
한 중진은 『후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천만원 내외의 돈을 쓸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쏟아질 자금규모는 l억5천만∼2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된다.
특히 이번 대회과정에 추석이 끼여있어 과거보다 더 흥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벌써 모 후보는 대의원 1인당 1만원씩의 추석인사를 차렸고, A급 또는 ○표 대의원에게는 따로 기만원씩을 뿌리는 실정.
다른 후보들도 내의·양말 등을 선물로 돌리고 있으며, 이런 일은 당내에서 거의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모 후보는 『배고픈 야당 당원에게 이런 때 용돈 좀 갈라 쓰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고 했다.
자금동원은 주류가 소속의원당 20만원씩 갹출했지만 대개 후보개인이 사재를 끌어내거나 수단껏 조달하는 실정이다.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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