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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고품격 에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0호 04면

흔히 말하길 남성은 시각적으로, 여성은 청각적으로 보다 쉽게 흥분을 느낀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영상 작품들이 시각적 측면에 비중을 두어온 것도 감독과 관객이 거의 남성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작품에 여성 관객이 남성들만큼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를 만드는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는 그런 점이 많이 아쉬웠나 봅니다.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과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의 로맨스를 그린 이 드라마는 8일 방영분에서 기존의 문법을 과감하게 깨버렸습니다. 불륜의 현장을 보여주지 않고 들려준 것이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카메라는 선재의 방을 한 폭의 정물화처럼 가만가만 비춰줍니다. 피아노, 가구, 창문, 그리고 현관에 나란히 놓인 두 사람의 신발…. 그 사이사이에 둘의 소근거림을 적절히 집어넣죠.

물론 볼거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노출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사랑하는 여인이 자기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남자의 눈길이라든지 진짜 연인들 같은 끈적끈적한 발길질로 마음을 두드렸죠.

베드신은 묘사가 모자랐기에 더 풍족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시청자들이 상상력으로 다 메웠으니까요. 여성들이 ‘고품격 에로’라고 부르며 화제로 삼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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