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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봉|조용만 <영문학자·서울 출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수유리에 있는 우리 집 뒤, 나지막한 언덕에 오르면 북쪽으로 멀리 검푸른 첩첩 연봉이 병풍 두르듯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것 이 바라보인다. 이 거대한 산 병풍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우이동 골짜기를 중심으로 하여 동서 두 쪽으로 잘라졌는데 서쪽으로는 펑퍼짐한 능선을 타고 올라가서 만경대·인수봉·노적봉·백운대 등등이 연꽃 봉오리같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수려한 삼각산이 되고, 다시 동쪽으로 끝없이 산맥이 이어나가고 있다. 동쪽으로는 곧장 송곳같이 뾰족한 다섯 봉우리 오봉이 나오고, 좀 더 나가서 선인봉·만장봉·자운봉 등이 옛날 푸른 옥 필통 같이 삐죽삐죽 몰려 서 있는 도봉산이 나타난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삼각산, 재양주지경, 자평강지분수령, 연봉장첩, 기태복준이서, 지양주서남, 위도봉, 우위삼각산, 실경성지진산야』라고 되어 있어 이 산줄기가 강원도 평강분수령으로부터 시작되어 서남으로 뻗어 내려와서 양주에 이르러 도봉이 되고, 다시 서쪽으로 삼각산이 되어 국도 서울의 진산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도봉과 삼각산은 이조 5백년에 걸쳐서 서울을 수호하여 온 국도의 진산이었던 것이다. 이씨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권양촌도 서울의 찬가에서 『첩첩환기전, 장강대국성, 미재형세자천성, 진개시왕경』이라고 하여 도봉·삼각산에 에워싸이고 한강에 휘 감겨 긴 서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깎아 지른 돌 봉우리로 된 도봉산은 서울 근교의 좋은 등산 「코스」로서 백운대와 함께 사시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고, 산 속에는 천축사·망월사 같은 유서 깊은 명찰이 있어서, 유원지로서도 많은 사람을 끌고 있다.
끝으로 이명한 (호 백주, 인조 때 이판)의 고시조 한 수-.
녹수청산 깊은 곳에 청려완보 들어가니
천봉은 백설이요, 만학은 연무로다.
이곳이 경치 좋으니 예와 놀러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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