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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로 만든 수돗물, 12만 명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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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내서 처음으로 부산시 기장군에 조성된 광역상수도용 해수담수화 시설. 고압의 바닷물을 통과시켜 염분을 걸러내는 역삼투막이 핵심 장치다. [송봉근 기자]

국내 최초의 대규모 담수화 설비가 지난달 말 준공돼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이 시설에서는 바닷물을 수돗물로 만들어 오는 7월부터 부산 기장군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담수화시설은 멸치잡이로 유명한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 인근 봉대산(해발 288m) 자락 바닷가에 있다. 4만5845㎡에 건설된 설비는 역삼투압식 광역상수도용이다.

 담수화 설비는 정부가 2007년부터 추진했다. 사업비 1954억원 가운데 823억원은 정부가 부담했다. 나머지 1131억원은 두산중공업과 부산시가 냈다. 두산이 전체 설비 개발을 맡고 광주과학기술원 해수담수화센터의 기술 자문을 거쳤다. 정부와 기업·학계가 참여해 만든 국산화 첫 모델인 것이다.

 정부가 담수화 설비를 구축한 것은 이 지역 상수원을 미리 확보해 두자는 차원이다. 기장군 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로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이곳에 식수를 공급하려면 30㎞ 떨어진 낙동강 화명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끌어와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만도 수백억원이 든다.

 부산시민 식수원의 94%를 차지하는 낙동강 수원에 발생할 수 있는 오염사고에 대비해 또 다른 식수원이 있어야 한다.

 설비는 바닷물 속의 해조류를 걸러내는 전처리 시설, 염분을 걸러내는 1∼2차 역삼투막 시설, 무기물을 투입하는 후처리 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방법은 우선 바닷물에 6㎫의 고압을 가해 역삼투막(지름 40㎝, 길이 1m)을 통과시킨다. 이렇게 하면 미세한 막이 소금 입자는 걸러내고 물만 통과시킨다. 6㎫의 압력으론 시간당 1612㎥의 물을 높이 619m까지 쏘아 올릴 수 있다.

 바닷물은 육지에서 360m 떨어진 곳에 있는 수심 10m 지점의 해양 중층수(中層水)를 쓴다. 염분을 제거한 뒤 음용수로 적합한 칼슘·칼륨·마그네슘 등 무기질 성분을 넣어 수돗물을 만든다. 성덕주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중층수는 미네랄이 풍부해 낙동강 원수보다 수질이 뛰어나다. 정화용 약품을 넣지 않는 데다 무기물질을 넣어 몸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생산단가는 시험가동 결과 t당 1000∼1100원으로 나왔다. 이는 현재 기존 수돗물 생산단가인 849원보다 높다. 하지만 부산시 상수도본부는 앞으로 담수화 기술을 개선하면 생산단가를 기존 수돗물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시험운전과 시음회, 주민공청회를 거쳐 7월부터 생산능력의 절반 수준인 하루 2만2500t의 물을 기장군 12만여 명의 주민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방식은 역삼투압방식과 다단증발식 등 크게 두 가지다. 다단증발식은 바닷물을 끓여 나온 수증기를 압력이 서로 다른 여러 단계를 거쳐 응축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40%(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윤석원 부사장은 “기장군 역삼투막식 설비 준공을 계기로 담수화 설비 기술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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