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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삵들, 시화호 어디쯤 살고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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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안산갈대습지공원. 기자는 지난달 21일 풀어 놓은 삵 5마리(암컷 3마리, 수컷 2마리)의 야생 적응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삵을 방사한 서울대공원 동물 및 종자 연구팀 2명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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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곳에 도착 직전 서울대공원에서 대략적인 삵의 위치를 확인했다. 삵의 목에 부착한 위치추적기를 통해서였다. 방사한 삵 가운데 1마리(암컷)는 위치추적기가 방사 직후 고장 나 행적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위치추적이 가능한 4마리 가운데 1마리는 103만7500㎡의 습지공원 안에, 나머지 3마리는 습지공원을 벗어난 시화호 주변 반경 3㎞ 이내에 흩어져 있었다. 특히 1마리는 폭 30m의 시화호를 헤엄쳐 건너 화성시 남양면 간척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공원 어경연 동물연구실장은 “습지공원 주변에 쥐 등 먹잇감이 풍부해 멀리 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연구팀과 함께 습지공원에 남아있는 암컷 1마리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배설물과 발자국을 발견하는 게 목표였다. 배설물을 보면 삵이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3시간 넘게 습지공원 구석구석을 누볐지만 배설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공원 조류관찰대 부근에서 삵의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발자국 2∼3개를 발견했다. 서울대공원 윤정상 연구원은 “갈대 등이 우거져 배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긴 삵은 낮에는 갈대밭 등 으슥한 곳에 숨어 지내다가 밤에 먹이활동을 한다. 무리 짓지 않고 단독 생활을 하며 주로 쥐와 뱀을 잡아먹는다. 간혹 꿩, 새끼 고라니 등도 사냥한다. 여기에 방사한 삵은 다 자란 것이다. 길이 40∼50㎝에 몸무게는 수컷이 4.48㎏, 암컷이 3.6㎏이다. 서울대공원이 삵을 방사한 이유는 시화호 일대 생태계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쥐와 뱀의 개체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삵은 이들의 천적이다.

 시화호 일대에는 다른 동물도 많다. 1994년 방조제 조성 이후 20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으면서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이날 습지공원 곳곳에서는 너구리 배설물이 발견됐다. 너구리는 특정 장소에 집단으로 배설하는 특징이 있다. 일종의 ‘공동 화장실’을 쓰는 셈이다. 연구팀은 “배설물이 무더기로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너구리 개체 수도 꽤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고라니 사체나 1.5m 길이의 두더지 땅굴도 발견됐다.

 그동안 시화호 상·하류의 동식물 생태도 변했다. 상류 쪽은 민물이 되면서 갯잔디 등 육상식물이 자라고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류는 플랑크톤이 풍부해져 광어·숭어 등 물고기가 많다. 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290여 종의 수생식물과 야생화 등이 자생하고 있다. 철새도 180여 종에 35여만 마리가 머문다. 습지공원의 양정민 해설사는 “한때 죽은 호수라는 오명이 붙었던 시화호가 수도권에서 동식물이 가장 풍부한 인공 호수가 됐다”고 말했다.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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