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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버린 미셸 위 "요즘 느끼는 대로 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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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셸 위

캘리포니아 사막에 3300m 높이로 우뚝 선 샌하신토 봉을 향해 휘두르는 미셸 위(25)의 스윙에서 10년 전 남녀의 벽을 깰 것 같았던 천재 소녀의 모습이 다시 보이는 듯했다. 미셸 위는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미셸 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미셸 위는 6일(한국시간) 열린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0언더파로 렉시 톰슨(미국)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미셸 위가 우승한다면 3년8개월 만이고, 또 첫 메이저 우승이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리는 박세리(37·KDB)는 2타 차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미셸 위는 올해 다섯 번 대회에 나가 가장 잘한 게 4위, 가장 못한 대회가 16위다. 우승은 못했지만 항상 근처까지 갔다. 올해 10년 만에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 듯하다. 미셸 위는 “요즘 골프밖에 모르는 바보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셸 위의 등장과 추락은 드라마틱했다. 남녀의 성벽을 깰 잔다르크 같은 소녀에서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면서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철없는 아이, 돈 때문에 10대에 프로가 된 선수 등 여러 비난이 따라다녔다. 프로로 전향하면서 ‘1000만 달러의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성적이 좋지 않자 1000만 달러의 스트레스가 됐다. 10대 소녀가 겪기에 쉽지 않은 비난들이었다. 미셸 위는 2010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꿈의 세상이었는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아역배우로 성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정상을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미셸 위는 스탠퍼드대학에 다닐 때 그림을 그렸다. 어두웠다.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의 모습, 영혼이 떠나는 사람 등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처럼 절망과 공포가 스며 있었다.

 이제 미셸 위는 다시 일어서려 한다. 그는 “어릴 땐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지만 실패를 겪고 나면 공포가 생긴다. 지금 나는 그 두려움과 맞서고 있다. 거기서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맞서야 한다.”

 요즘 미셸 위는 다르다. 샷을 한 후 몇 차례씩 스윙을 점검하던 버릇이 사라졌다. 미셸 위는 “나는 완벽주의자라 모든 스윙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는데 이제 그냥 느끼면서 완벽하지 않으려 한다. 내 스윙을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스윙 메커니즘에 집착하다 리듬과 템포를 잃었던 그가 예전의 샷을 하고 있는 이유인 듯하다.

 미셸 위는 또 티샷을 할 때 드라이버가 아니라 주로 우드로 컨트롤해서 낮게 치는 샷을 하고 있다. 압박감이 들 때도 편하게 칠 수 있는 샷이라고 한다.

 미셸 위가 허리를 90도로 굽힌 자세로 퍼트하는 것은 예전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강한 의지다. 퍼트를 잘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허리를 굽혔지만 그럼으로써 그는 자존심도 굽혔다. 미셸 위는 “퍼트 자세를 TV로 처음 봤을 때 내가 봐도 충격적이었다”고 농담을 했다. 아직 미셸 위의 상처는 남아 있다. 1m 정도 되는, 실패해서는 안 되지만 넣지 못할 수도 있는 짧은 퍼트를 두고 몸이 확 굳는다. 그러다 넣지 못한다. 미셸 위가 극복해야 할 몇 개 남지 않은 두려움이다. 최종 라운드는 J골프에서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생중계한다.

랜초미라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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