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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달에 큰 바다 … 생명체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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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성의 달(위성) 중 하나인 엔셀라두스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 넓은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물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탈리아 사피엔자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항공우주국(NASA) 공동 연구진은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엔셀라두스 남극 얼음층 30~40㎞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대규모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서다.

 이 바다의 깊이는 약 8㎞, 범위는 남극점에서 남위 50도까지 뻗어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칼텍의 데이비드 스티븐슨 교수는 “(지구 에서 둘째로 큰) 미국 슈피리어 호(면적 약 8만2360㎢, 여의도 면적의 2만8400배)와 비슷한 크기”라고 밝혔다. 지금껏 태양계 천체 가운데 이런 바다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 것은 토성의 또 다른 위성인 타이탄과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뿐이었다.

엔셀라두스는 반지름이 250㎞로 지구 달(반지름 1738㎞)의 약 7분의 1 크기다. 표면 온도가 약 영하 180도라 전체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이 때문에 햇빛을 거의 그대로 반사해 지구의 달보다 10배 이상 밝게 빛난다. 2005년 이 ‘작은 얼음별’ 지하에 바다가 존재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NASA가 유럽우주기구(ESA) 등과 함께 만들어 1997년 발사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엔셀라두스 남극 부근에서 얼음 성분의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직접 찍은 사진도 전송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엔셀라두스 지하에 거대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그 뒤 9년, 카시니가 다시 그 답을 줬다. 2004년 토성 궤도에 도착해 10년째 주위를 돌고 있는 카시니는 지금까지 19번 엔셀라두스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마다 엔셀라두스에 전파를 쏘고 되돌아온 주파수 값을 지구로 전송했다. 과학자들은 이 가운데 2010~2012년 비행(총 3회) 때 보낸 신호를 분석해 카시니의 비행속도를 계산했다. 움직이는 차에 레이더파를 쏘아 차의 속도를 재는 스피드건과 같은 원리(도플러 효과)다. 그 결과 카시니의 비행속도가 엔셀라두스 중력장의 영향을 받아 초당 90㎛(1㎛=1000분의 1㎜)씩 미세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력이 센 곳을 지날 땐 속도가 느려졌고, 중력이 약한 곳을 지날 땐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표면이 움푹 파여 중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 남극을 지날 때 속도는 예상보다 많이 빨라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얼음 안쪽에 뭔가 얼음보다 밀도가 큰 것이 있어 카시니를 끌어당겼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정밀 분석 끝에 그것의 정체를 액체 상태의 물로 지목했다. 물은 얼음보다 밀도가 7% 정도 높다. 바다의 바닥도 얼음이 아니라 규산염 암석일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일 경우 생명체의 양분이 될 수 있는 성분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서행자 박사는 “물이 암석을 풍화시키며 다양한 화학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큰 셈”이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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