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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은 세계 4대 종교 순례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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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두실역 근처에서는 모스크 양식의 부산 이슬람 성원(왼쪽)과 조계종 안국선원(오른쪽 둥근 지붕)이 한눈에 보인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금정구에 가면 세계 4대 종교를 만날 수 있다. 금정구 내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역을 끼고 기독교·불교·이슬람교·힌두교 종교시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길을 가다 보면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과 수녀, 스님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장전역에서 10분쯤 걸어가면 나오는 부곡동 지산고~부산가톨릭대까지 100m는 금정구가 조성한 ‘가톨릭 거리’다. 지산고 담장에는 천주교가 한국에 들어와 박해기를 거쳐 걸어온 과정을 돌로 조각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이 거리 주변에는 오륜대 성지, 순교자 성당, 한국순교복자수녀회, 한국순교자박물관, 사도성요한수도회 등이 몰려 있다.

 오륜대 성지는 1866년 6월 부산 수영장대(將臺)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숨진 이정식·양재현 등 8명의 순교자 유해가 안장돼 있다. 이정식·양재현 등 2명의 순교자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때 시복할 한국 순교자 123위에 포함됐다. 장대는 지휘관이 올라서서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지만 사형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국순교자박물관에는 천주교 박해시대 사형도구들과 순교자들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가톨릭기관들이 회동 수원지 주변에 몰려 있어 풍광도 좋다. 회동 수원지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부산 갈맷길 코스의 하나다.

 두실역 8번 출구를 나오면 동그란 흰색 지붕이 반긴다. 바로 모스크 양식의 부산 이슬람 성원이다. 이슬람 성원은 1980년 리비아 독지가의 도움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 등록된 한국인만 1700명이다. 지난해 말 터키 화가들이 세밀화와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로 그려 산뜻하다.

 이슬람 성원 바로 앞에는 조계종 부산 안국선원이 있다. 부산 도심 가운데에서 선의 세계화를 이끄는 한국 선불교의 요람이다. 도심 속 신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세 차례 참선 수련시간을 열고 있다.

 이슬람 성원 옆에는 터키음식 전문점 ‘가파토키아’가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치는 터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터키 국민빵인 ‘시이트 빵’과 고기·채소를 빵에 싸 먹는 케밥은 이국적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범어사역에서 산길을 3㎞쯤 오르면 있는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해인사·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로 꼽힌다. 원효대사·경허선사·만해 한용운 선사 등 고승들이 수행한 곳이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에는 국가 지정문화재 5점을 포함한 유물 53점이 전시돼 있다. 범어사역에서 범어사를 오르는 길 주변에는 카페와 사찰음식 식당들이 많다. 범어사에서는 주말마다 1박2일짜리 템플 스테이가 진행된다. 범어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노포역에서 북쪽으로 2㎞쯤 떨어진 두구동 부산 인도문화원은 종교시설은 아니지만 힌두교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부산인도문화원은 지상 3층 연면적 398㎡ 규모로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옥상은 인도식 정원으로 꾸며졌다. 인도 외교부 인도문화교류위원회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개원 기념으로 6월까지 인도미술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요가, 힌디어, 인도 요리, 인도 음악, 인도 역사, 인도 명상 강좌가 매일 열린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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