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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보다 안정성 높여라" 변형 ELS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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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모(43)씨는 올 2월 한국투자증권 투인원 주가연계증권(ELS)에 2000만원을 재투자했다. 지난해 8월 가입해 6개월 만에 조기상환돼 3.05%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투인원 ELS는 코스피200과 홍콩 항셍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으로, 두 자산의 변동폭 평균으로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한다. 최씨의 경우 첫 상환 기준이 기준가의 95%였는데 이 기간 항셍지수의 하락폭이 5%를 넘었다. 일반적인 ELS라면 투자 기간이 연장됐을 상황이지만 최씨는 조기상환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일반 ELS보다 안정적인 것 같아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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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꾼 일명 ‘변형 E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사들도 변형 ELS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는 등 경쟁이 뜨겁다. 금융투자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으면 3개월간 독점 판매할 수 있다.

 최씨가 투자한 투인원 ELS도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변형 ELS다. ELS는 지수나 종목 2~3개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2~3년 만기를 정한 뒤 6개월마다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약속한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다. 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기초자산 중 하나만 기준 아래로 떨어져도 투자 기간이 연장된다. 반면 투인원 ELS는 기초자산 변동폭의 평균을 기준으로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한다. 최씨의 경우 투자 기간 동안 코스피200은 0.9% 올랐고 항셍지수는 5.6% 하락했다. 둘의 평균은 -2.35%로, 상환 기준 95%를 상회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그만큼 조기상환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출시돼 지금까지 총 1850억원 규모가 팔렸다.

 보통 95~100% 수준인 첫 조기상환 기준을 85%로 낮춘 ELS도 인기다. 출시 10주 만에 1000억원 넘게 팔린 신한금융투자의 첫스텝85 ELS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항셍지수,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기 3년짜리 ELS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첫 조기상환 기준이 100%인 경우 상환율은 41%, 95%면 59% 수준인 반면 이를 85%로 낮추면 상환율이 75%로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과 한투증권 등 다른 증권사에서도 판매되는 인기 상품이다.

 손실 하한선인 녹인구간을 낮추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높인 ELS도 있다. 다음 주부터 우리투자증권에서 판매되는 지수형 40저녹인 ELS가 그렇다. 항셍지수와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만기가 5년인 이 상품은 60% 수준에서 설정되는 녹인구간을 40%로 낮췄다.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평가액이 녹인구간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을 봐야 하는데, 이 구간이 낮아졌으니 그만큼 손실 가능성도 낮아진다.

 더 정교한 방식으로 손실을 줄인 상품들도 나와 있다. 삼성증권의 에어백 베스트 ELS는 녹인구간에 다다른 경우에 한해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일정한 수익을 ‘에어백’이라는 이름으로 적립해주는 ELS다. 교보증권 일일손익 확정형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녹인구간보다 높은 경우 애초 약속한 확정 수익률을 제공하고, 그 밑으로 떨어지면 해당 기간만큼의 투자금을 기초자산의 주식으로 상환해준다.

 증권사들이 변형 ELS 발행에 적극적인 건 차별화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수익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ELS 시장도 종목형에서 지수형 중심으로 변했다. 지수형의 경우 사용되는 기초자산은 한국 코스피200, 홍콩 항셍지수, 미국 S&P500, 유럽 유로스톡스50이 전부다. 기초자산이 다양하지 않으니 구조를 바꿔 차별화한다는 말이다.

 투자자들이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변형 ELS가 일반적인 ELS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파생상품부 팀장은 “위험과 수익은 비례관계인 만큼 안정성을 높인 변형 ELS는 일반 ELS보다 수익률이 1~2%포인트 정도 낮다”고 말했다.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양한 변형 ELS 상품이 출시되지만 투자자들이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워 일반화되지 못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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