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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반대로…50대 트렌스젠더 성별 정정요구 거절

중앙일보

입력

성(性)을 바꿔달라는 50대 트렌스젠더의 요구를 법원이 기각했다. 아들 등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서다.

3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던 이모(52)씨는 항상 성정체성이 고민이었다. 결혼을 해서 아들까지 생겼지만 "나는 여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종종 화장도 하고 여자 옷도 입는 이씨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이혼을 선언했다. 아들은 이씨가 키우기로 했다.

이혼 후 이씨는 여성호르몬을 맞으면서 외모가 변하기 시작했다. 성전환 수술도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10년 후 남편의 변화를 알게 된 아내가 깜짝 놀라 아들을 데려갔다.

그런데 이씨가 성년이 된 아들에게 서류 한 장을 보내면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성별 정정을 하려고 하니 동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들도 처음엔 찬성을 했다. 하지만 곧 반대로 돌아섰다. "아버지 성이 바뀌면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가 모두 여성으로 기재돼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씨의 어머니도 반대하고 나섰다.

인천지법 가사5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3일 이씨가 낸 주민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했다. 성별 정정에 반대하는 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2011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이씨는 아내와 이혼해 혼인 중도 아니고 자녀도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 때와 상황이 다르지만 아들은 물론 어머니까지 동의하지 않는 등 반발이 심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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