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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기자의 댓글톡톡] 군대 안가려다 가족과 생이별 위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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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기자의 댓글톡톡] 군대 기피 남성, 국외 추방

“의무부터 지켜라.”

판결이 내려졌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그는 노모와 아내를 두고 한국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소연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리에 앞서 의무부터 수행하라는 판단이었다.

군 복무를 피하려고 외국에 나가 현지 시민권을 따고 돌아온 30대 남성이 병역을 기피한 죄로 한국에서 추방될 상황에 처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모를 모셔야 한다며 선처를 구했지만 법원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죄과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모(37)씨는 1998년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병무청이 허가한 기간은 2년이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귀국하지 않았다. 이 씨는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진우기자의 댓글톡톡] 대법원 "국외 추방" 판결

검찰은 이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는 이 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는 국외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국외로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족과 함께 국내에 머물게 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간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리는 혜택과 권리에 대응하는 의무”라며 “병역기피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또 “이씨 행위는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국외로 추방될 우려가 있다 해도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터넷엔 “권리를 누리려면 의무를 수반해야한다”, “지금도 군대에서 나라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생각하자”, “부모님이 편찮은 사정도 있지만 일부러 병역을 기피하려고 시민권을 딴 과정은 봐줄 수가 없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이중국적자와 관련한 법조항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적법은 국적 이탈자나 국적상실자를 외국인으로 간주해 병역의무에서 면제하고 있다. 병역을 기피하려고 국적을 포기하는 이중국적자는 매해 3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국적상실자는 대한민국 비자만 다시 발급받으면 국내 활동이 가능하다. 또 37세 이후에 다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면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수 있다.

병역이 면제된 이중국적자 상당수는 사회 지도층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 고위직 16명의 자제가 이런 방식으로 병역이 면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번 판결에서도 인터넷 곳곳엔 ‘일반인에게만 혹독하게 형을 내리는 것 아니냐. 만약 국회의원 아들이었다면 추방판결을 내렸을까’라는 댓글이 많았다. 그만큼 일반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이진우 기자 jw8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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