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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떨게 한 '드론'으로 대남 도발 … 북한의 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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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 자폭형 무인기 북한 조선중앙TV가 2013년 3월 20일 보도한 자폭형 무인항공기 훈련 장면.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은 “초정밀무인타격 수단들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대상물을 점 타격할 수 있게 남반부 작전지대의 적대상물 좌표를 빠짐없이 장악하여 무인타격 수단에 입력시켜 놓을 것”을 지시했다. [조선중앙TV]

3년 전만 해도 북한 지도부는 ‘드론 포비아(Drone phobia·무인항공기 공포증)’에 빠져 있었다. 2011년 11월 29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북한군 육해공 합동훈련에는 실크웜으로 추정되는 지대공(地對空)미사일이 상공에 떠 있는 무인항공기를 격추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당시 훈련장에서 4개의 CCTV 화면으로 이를 지켜보던 김정일 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무인기 격추 장면을 보여준 건 이때가 처음”이라며 “역으로 김정일 정권이 무인기를 얼마나 중대 위협으로 인식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가 드론 때문에 전전긍긍했던 건 10여 년간 반미 저항을 펼쳐왔던 알카에다의 주요 지휘부가 미국이 보낸 드론에 의해 연이어 제거되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2011년 5월 아프가니스탄의 한 은신처에 숨어있던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실’에 사살당했다. 네이비실은 은신처를 찾아낸 드론 센티널(RQ-170)의 도움을 받아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 미국 백악관은 드론을 통해 작전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미국 CIA는 1개월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던 알카에다의 2인자 안와르 알올라키도 드론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을 통해 사살했다. 헬파이어 미사일은 주로 전투용 헬리콥터 탑재용으로 개발된 다목적 공대지(空對地) 대전차 미사일이다. 트럭, 벙커, 동굴, 건물, 보트의 파괴용으로 많이 쓴다.

 미군은 2000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 등 대테러전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을 활용했다. 부작용도 컸다. 2010년 2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폭으로 민간인 33명을 사살했다. 2011년 11월엔 오폭으로 파키스탄 병사 24명이 사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경호 담당자들이 당시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 있던 징후가 감지됐다”며 “북한 지도부는 ‘최고 존엄’(김정일)도 미국 드론에 의해 제거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김정일이 관계된 행사 날짜를 일절 보도하지 않는 등 신변보호에 안간힘을 썼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김정은이 직접 무인기 훈련 현장을 지휘하며 만족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휴전선 인근 백령도뿐 아니라 서울 한복판의 청와대까지 무인항공기를 침투시킨 것으로 잠정 확인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무인기에 떨던 북한이 역으로 무인기를 통한 대남 군사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무인기가 위협적인 이유는 탐지가 어렵지만 정밀한 공격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표를 입력하고 보내면 순항 미사일의 역할이 가능하다. 여기에 고성능 센서를 부착해 화면 송수신이 가능하게 만들면 슬램-ER 같은 초정밀 유도 미사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중국산 무인기 ‘D-4’를 개조한 ‘방현-I·II’와 미국산 ‘스트리커’, 러시아산 정찰용 ‘프라체-1T’ ‘VR-3’ 등의 무인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시리아를 통해 들여온 미국산 ‘스트리커’는 최대 250㎞ 떨어진 목표물에 자폭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은 2012년 4월 ‘스트리커’를 이동식 발사대에 실어 공개한 적도 있다.

 우리 군도 송골매 등의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공격용이 아닌 정찰용이다. 1999년부터 제작된 송골매는 2002년부터 북한군 병력과 장비 등에 대한 영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제 서처는 2005년 실전배치됐고, 2009년에는 역시 이스라엘제 스카이락을 도입했다. 군은 2018년까지 미국의 고(高)고도 무인기인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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