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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엉터리 시청률 안다면서 올해도 100% 유선전화로만 산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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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청률 조사 개선 연구반’을 발족시킨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시청률조사에서도 ‘유선전화 100% 기초조사’ 등 기존 문제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4- 3차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안건’에 따르면 올해 시청률 집계를 위한 기초조사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선전화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다. 기초조사란 실제 조사 패널을 구성하기 위한 기본 단계다. 현재 유선전화가 없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가 넘고 주로 젊은 층이 많아 패널의 세대 편향이나 부실조사가 예상된다.

 방통위는 지난해 닐슨코리아와 TNmS의 시청률조사 검증에서 유선전화 없는 1~2인 가구와 젊은 세대가 조사 패널에서 상당수 배제된 것으로 드러나 ‘시청률조사개선 연구반’을 발족했다. 또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병행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조사기관 측이 조사 비용 상승과 통계 산출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고, 이를 방통위가 용인한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유선전화가 없는 가구는 전체의 32.6%로, 이 중 절반이 20, 30대다. 유선전화가 있는 가구는 60세 이상이 29.2%로 가장 많고, 40대(26.5%), 50대(23.6%) 순이었다. 반면 유선전화 없는 가구는 30대가 28.8%, 20대 이하가 18.6% 순으로 젊은 연령층이 많았다. 가족 구성도 유선전화 없는 가구는 독신가구(43%), 부부 가구(17.3%), 부부+자녀 가구(35.6%) 순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TV이용 시간에서도 유선전화 없는 가구원이 180.8분으로, 유선전화 있는 가구원 175.1분보다 약 5분 많았다. 특히 유선전화가 없는 부부+자녀 가구는 유선전화 있는 가구에 비해 하루 평균 11분 이상 TV를 더 봤다. 유선전화 100% 조사 탓에 TV를 더 많이 보는 젊은 세대가 실제 시청률 산출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를 한 정용찬 연구위원은 “시청률의 정확성은 조사 패널이 현재의 인구통계학적 분포에 얼마나 가까운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안민호 교수도 “기초조사는 건축물의 뼈대와 같아서 여기서부터 망가지면 뒤늦게 보정을 해도 정확한 시청률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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