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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경영 성과 인정을" … "보수 근거 제대로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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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가 공개됐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수감 생활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웠던 몇몇 그룹 회장들이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공시됐다. 일부 기업 오너나 전문경영인의 경우 거액의 연봉이나 퇴직금을 받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또 주요 기업 총수는 등기임원에서 빠져 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임원 보수 개별 공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형태나 시점, 방법 등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노출했다.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무시된 채, 보수 공개가 마치 국민들에게 공직자의 재산을 일괄 공개하는 것처럼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 보수 공개를 하는 근본 이유는 주주들에게 회사 경영진들이 어떻게 보상을 받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2월 28일 주주총회를 연 미국 애플사는 사외이사와 주요 경영진의 보수 책정과 관련한 65쪽짜리 보고서를 지난해 12월 27일 공시했다. 주총을 두 달여 남긴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총을 마친 뒤에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가 공개됐다. 국내 기업도 주총을 한 달여 앞두고 소집 공고를 한다. 하지만 이때 공개하는 것은 사외이사의 지난해 보수와 올해 주총에서 승인받을 등기임원의 총 연봉 한도 정도다.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경영자가 많은 보수를 받아가는지도 알 수 없다.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해 기업이 스스로 시정할 기회가 봉쇄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등기임원의 보수를 적어 내는 사업보고서에는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가 첨부돼야 하기 때문에 일찍 제출하기 어렵다. 주요 기업들도 공개의 파장을 의식해 사업보고서 공시일을 마감 시한인 지난달 31일로 택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선 개별 보수 공개를 주주총회 전에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사업보고서가 아닌 별도의 공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 산정의 근거를 충분히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목표 인센티브는 월 급여의 400% 이내에서 연 2회 지급하고, 성과 인센티브는 이익의 20%를 재원으로 기준 연봉의 0~70%에서 연 1회 지급한다는 내용을 상세히 기재했다. 그러나 임원의 근로소득과 퇴직소득, 기타근로소득의 세 가지 항목에 금액만 적어낸 곳도 적지 않았다.

 등기임원이 아닌 기업 총수의 보수 공개 역시 논란거리다. 한때 책임 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 등기임원에 올랐던 기업 오너들이 연봉 공개가 시행되면서 여기에서 빠지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에서 보수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을 포함해 5명 정도는 등기·비등기에 관계없이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2일 "비등기임원도 보수가 5억원을 넘으면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공개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 성과는 제대로 인정해 줘야 한다. 개별 보수 공개는 보수의 하향 평준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수 공개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만 우리 현실에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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