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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 전 회장, 벌금 내면 끝" … 광주지검장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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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변찬우 광주지검장

대주그룹 허재호(72) 전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 노역’ 사건을 수사 중인 변찬우(53) 광주지검장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허 전 회장의 재산 파악 등 모든 조사는 벌금 집행을 위한 것”이라며 “허 전 회장이 벌금을 내면 끝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회사돈 횡령이나 해외 불법 송금 등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 지검장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허 전 회장에게 벌금 1000억원 선고유예 구형이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검찰이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규명하지 않고 벌금 납부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변 지검장의 말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훈 교수는 “발언 당사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재산 은닉 등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비등한데 수사 기관의 대표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광주지검은 보도자료를 내고 “벌금 납부가 현재 단계에서는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해명했다. 변 지검장은 경북 안동 출신이다. 성남지청장, 울산지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광주지검장으로 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허 전 회장이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재 주식을 제3자의 이름으로 맡겨 뒀다가 처분한 의혹과 관련해 철강회사 대표 남모(72)씨 등 4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이름을 빌려 줘 허 전 회장이 거액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허 전 회장이 회사 주식을 남씨 등의 이름으로 맡겼다가 처분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날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간 제기된 장 법원장과 대주그룹 간의 아파트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파트를 제값에 구매했고 기존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사에 팔 때도 시세대로 팔았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거래는 2008년 이전에 이뤄져 최장 5년의 징계시효도 이미 지나 더 이상 조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장 법원장으로부터 아파트 매매를 의뢰받았던 부동산 거래업체 대표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07년 10월쯤 법원장이 전화를 해 ‘지인이 소개를 해 거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A씨는 “거래가 이뤄진 곳이 대주그룹 계열사인 ‘HH건설’인 줄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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