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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이웃 찾는 주민탐정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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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천 남동구 복지위원회가 2일 뇌병변 장애 아들을 둔 최모(35·여·왼쪽)씨 집을 찾았다. 최씨가 누워 있는 아들의 처지를 설명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최모(35·여)씨는 선천성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들(7) 때문에 늘 걱정했다. 아들은 관절이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릎 관절에 넣은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술비 150만원이 없었다. 수입은 중소기업에서 일용직 사원으로 일하는 남편(38)의 월급 120여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 월세와 아들 재활치료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최씨는 남동구청 등 지자체나 정부기관을 찾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일정한 수입이 있어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 최씨 가족은 형편이 어려워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씨 가족에게 최근 남동구청의 동(洞)복지위원회가 아들 수술비 와 속옷 등 생활용품을 전해 왔다.

 남동구청 동 복지위원회는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복지 사각지대의 주민을 찾는 ‘복지 탐정’이다. 복지위원회는 2012년 5월부터 활동 중이다. 해마다 복지정책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웃이 많자 주민들이 구청과 함께 힘을 모은 것이다. 복지위원회는 남동구 관내 19개의 모든 동에 있다. 공무원과 주민 등 13∼15명으로 구성됐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수퍼 주인이나 교회 목사, 아파트 경비원 등이 주로 활동한다. 이들은 노인정이나 부녀회 등을 수시로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다. 대화 도중 어려운 처지에 놓인 주민이 있으면 집을 방문한다. 이렇게 찾아낸 복지 사각지대 주민은 지난해까지 1347가구다. 극빈층 생활을 하지만 부양의무자(자녀)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초과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못 되는 사람 등이 대상이다. 남동구 장수·서창동 안세기(54) 복지위원장은 “이들은 어려움을 직접 밝히기를 꺼려 발로 뛰어 찾아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찾아낸 빈곤층에는 생계비나 환자 수술비, 생필품 등을 지원한다. 비용은 남동구청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모은 복지기금으로 쓴다. 구청 측은 동 복지위원회 활동 직후인 2012년 7월부터 지금까지 주민들로부터 총 16억원의 기금을 모았다. 매달 5000원부터 1만원 의 소액을 정기적으로 내는 주민도 1787명이나 된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이모(65·여)씨도 동 복지위원회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일주일에 세 차례 혈액투석을 받고 있으며 남편 박모(75)씨는 척추장애인이다. 이들 부부의 소득은 매달 기초노령·장애인연금 29만3000원이 전부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도 해 봤지만 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매매가 1억원)가 남편 소유라서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동 복지위원회는 이들에게 생계비로 우선 두 달간 50만원씩 주기로 했다.

 동 복지위원회는 자활사업도 한다. 일자리를 알선하고 회원들이 반찬을 만들어 이웃에게 전달한다. 일자리 알선 대상은 지역의 사회적기업 등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웃을 찾아가 대화도 나눈다. 인천시 남동구청 김량원 주민생활국장은 “복지 사각지대 찾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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