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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부산은 'IT 성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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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10년 멕시코 18차 ITU 전권회의의 모습.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Plenipotentiary Conference)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마다 열리는 ITU 전권회의는 오는 10월 20일부터 3주간 부산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교토 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으로선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2012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못지않은 매머드급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셈이다.

 ITU는 1865년 출범한 세계 최고(最古)의 국제기구다. 현재 198개국이 참여하는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最高)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국가 간 무선주파수 할당, 인공위성 궤도 지정, 전기통신 표준화 결정 등 각종 기술의 글로벌 표준 제정을 도맡는다. 알고 보면 한국의 스마트폰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 것도, 해외여행의 필수가 된 글로벌 로밍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도 ITU가 표준을 정해준 덕분이다.

 올해 ITU 전권회의에서는 한국이 주도하는 ‘ICT와 의료 등 타 산업 간 융합’은 물론,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교류하는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보안, ICT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성장 등이 의제로 상정된다. 특히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의제는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유럽은 글로벌 포털 등 자국 기업의 이익을 감안해 민간 주도의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러시아는 이 주도권을 유엔 등으로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최국인 한국이 이번 ITU 전권회의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세계 ICT 흐름과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원기 2014 ITU 전권회의 의장은 “이번 회의는 강대국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일방적으로 적응해야만 했던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한국에 유리한 프레임을 스스로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마디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ITU 고위직에 진출하는 데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52년 가입 이후 60년간 ITU 선출직에 진출한 사례가 없다.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세계적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번 ITU 전권회의 임원 선출에선 표준화 총국장(ITU-T) 자리에 KAIST 이재섭 연구위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국제 정보통신 표준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자리로, 이 연구위원이 당선된다면 국내 이동통신·인터넷TV(IPTV) 산업 등이 세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위와 규모에 걸맞게 ITU 전권회의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ITU 전권회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71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한국 회의에는 193개국 장·차관급 인사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만 3000여 명이 참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업계 관계자와 취재진, 관광객 등을 합하면 약 3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앞선 ICT와 서비스·제품을 전 세계에 알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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