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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묻은 지문 5초 만에 … 비결은 계피·코코아 가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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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1일 대구지방경찰청 김성동(39) 경사가 코코아 분말로 만든 시료를 이용해 5만원권 지폐에 묻은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유리병에 든 물질은 코코아·계피 등 천연 가루로 만든 지문 채취용 분말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폐나 코팅된 용지 등에 묻은 지문을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천연 가루가 개발됐다. 대구경찰청은 코코아, 녹차, 딸기, 계피, 오징어 먹물, 단호박, 산수유 등 일곱 가지 재료로 지문 채취용 분말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만원짜리 지폐에 지문을 묻힌 뒤 둥근 유리병 같은 데에 넣고 코코아 가루를 부어 서너 번 흔든다. 지폐를 빼서 확인하면 지문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채취에 걸리는 시간은 5초 정도다. 분말마다 색깔이 달라 지폐나 섬유, 종이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녹색을 띠는 만원권 지폐에는 코코아 가루를, 붉은색의 천원권에는 녹차 가루를 쓰는 식이다.

 지금까지 지폐 등에 묻은 지문은 발암성 물질인 화학시료(린히드린)에 담그거나 형광색 가루를 묻혀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채취가 가능했다. 이렇게 하면 채취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지문이 나와도 융선(隆線)까진 나오지 않았다. 화학시료를 사용하면 감식요원이 눈·목의 따끔거림이나 피부질환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학시료로 채취한 지문은 선명하지 않아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며 “천연 가루는 비용도 화학 시료의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천연 가루가 지문 채취에 효과가 있는 것은 정전기를 일으키는 특수 시약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 시약을 섞은 천연 가루는 종이 성분에 잘 달라 붙어 미세한 흔적을 돋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개발은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4월 경북경찰청 김기정(53) 과학수사계 계장이 자동차 보닛 등에 꽃가루가 쌓였을 때 주변에 지문이 선명히 남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김 계장은 1년 동안 설탕, 소금, 땅콩, 호두 등 30여 가지 재료로 시험을 거쳐 지문 채취에 효과가 있는 이들 천연가루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 기술을 전국 경찰에 보급하고 미국에 특허출원하기로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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