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마지막 100m'를 줄이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14.04.01 00:01

업데이트 2014.04.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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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재훈
딜로이트 전무

디지털 기술이 쇼핑문화를 바꾸고 있다. 유통업계만큼 모바일 기술과 클라우드·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빅데이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도 없다. 실제로 그간 유통업계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원가절감과 고객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엄청난 투자에 상응할 만한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유통업에서는 구매에서 매장 매대에 진열하는 과정까지를 직접 통제 가능한 범위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년간 가장 큰 혁신을 보여준 것은 구매에서 점포 도달까지의 공급망이었다. 그러나 고객에게 이르는 마지만 단계인 매장창고에서 진열대에 이르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비효율이 남아 있었다.

 제품이 매대에 도달하기까지 이른바 ‘마지막 100m’는 특히 골칫거리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종 100m는 전체 점포 노동시간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재고 채워 넣기와 창고 정리 등을 포함하면 더 많은 품이 들어간다. 또한 이 활동은 디지털 기술보다는 사람의 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유통업체는 마지막 100m에서 재고비율과 재고회전율·노동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 간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모두 최적으로 관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매장 내에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고회전율과 노동효율성을 일정 부분 희생해야 했다.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마지막 100m에서 발생하는 낮은 노동효율성이다.

 어느 마트에 가도 종업원들이 진열대를 돌아다니면서 재고를 확인하고 창고에서 부족분을 카트로 가져와 채워 넣는 광경들을 보게 된다. 더구나 대부분의 매장창고에는 공간부족으로 제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보니 진열대에서 부족한 물건을 확인해 채워 넣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선진 유통업체들은 전통적인 업무방식에 변화를 주는 데서 해법을 찾았다. 진열대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된 이동식 카트에 재고를 담아 매장 내 진열대와 같은 순서대로 보관하는 식으로 창고운영 방식을 바꾸는 방법이다. 수시로 재고보충을 하던 관행 역시 구역별로 정기적으로 재고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런 이동식 카트 방식은 마지막 100m에서의 노동시간을 15%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의 유통업체 아에온(AEON)은 아예 지역별로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여성, 주부·어린이, 실버계층, 스포츠 및 매니어 층을 대상으로 차별화하니 재고관리가 훨씬 수월해진다.

 유통업계 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출증대와 인건비 절감은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혁신은 반드시 첨단기술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개선으로 큰 효과를 거둔 선진 유통업체의 성공사례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재훈 딜로이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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