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 작가, 알고보니 불법 도박장 주인

중앙일보

입력 2014.03.28 00:35

업데이트 2014.03.2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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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폭→영화 시나리오 작가→도박장 운영’. 영화 ‘친구 2’와 ‘사랑’의 시나리오 작가인 한모(41)씨의 인생유전이다. 한씨는 고교 1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동네 건달들과 어울려 다니던 중 영화 ‘친구’에서 배우 유오성의 실제 모델이었던 칠성파 행동대장 A씨를 만났다. A씨는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과는 고교 동창이다.

 한씨와 A씨는 1994년 폭력죄 등으로 함께 교도소에 갔다. 한씨는 92년 칠성파 송년모임에 참석(범죄단체 조직)했다가 4년형을 선고받았다. 독방에 갇힌 그는 특별히 할 일이 없게 되자 책을 열심히 읽었다. 가족 등에게는 거의 날마다 편지를 썼다. 그러면서 글재주가 생겼다고 한다.

 곽 감독은 A씨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됐다. 출소 뒤 2000년께 교도소에 A씨를 면회 갔다 마주쳤다. 교도소에서 A씨가 한씨에게 “곽 감독이 부산에서 영화를 찍고 있으니 다른 건달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도와줘라”고 했다. 한씨는 촬영장에 나가 곽 감독을 도왔다. 또 영화 촬영 현장을 다니며 어깨너머로 시나리오를 배웠다.

 2006년 무렵에는 자신의 조폭 생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를 들고 곽 감독을 찾아갔다. 곽 감독은 이 시나리오로 영화 ‘사랑’을 만들어 22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사랑’의 남자 주인공(주진모 분) 실제 모델이 한씨였다. 한씨는 시나리오를 써서 수천만원을 벌었다.

 한씨는 곽 감독의 ‘친구 2’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면서 언론에 소개됐다.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 2편의 누적 관객 수가 500만 명을 넘었다.

 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는 27일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로 한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가 해외 도박을 자주 하다가 도박장을 직접 연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칠성파 조직원과 인연을 맺어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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