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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위도 자정 전 해산하면 불법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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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가 진 뒤라도 자정 전에 해산한 야간시위는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해가 진 뒤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에 대해 재판관 6(한정위헌) 대 3(전부위헌) 의견으로 27일 한정위헌 결정했다. 한정위헌이란 법률 전체가 위헌은 아니지만 특정 범위를 넘어갈 경우 위헌이라고 보는 결정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너무 긴 시간 동안 시위를 금지하고 있어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가 진 뒤의 시위를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평일 낮에 자유로운 활동이 힘든 학생과 직장인들은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밤 12시를 넘은 심야시간의 시위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0년 6월 30일까지 해당 조항을 고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조항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의 이날 결정으로 집시법 10조는 사실상 효력이 사라졌다.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위헌결정과는 달리 한정위헌의 경우 법원이 재판할 때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만 300여 건의 관련 사건이 계류 중이다. 또 한정위헌은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이 재심을 청구할 경우에도 재심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에 참가했던 강모씨는 오후 9시50분 현행범으로 체포돼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재판부였던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는 “야간시위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시위의 자유를 상당 부분 박탈하는 것으로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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