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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강 9중 9약 … 삼성 우승? 야구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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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순철(53·사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최고 독설가다. 말을 그저 독하게 해서만이 아니라 수준 높고 현장감 넘치는 정보를 직설화법으로 전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듣는다. 1985년 해태에 입단해 98년 삼성에서 은퇴한 이 위원은 삼성 코치(1999~2000), LG 코치(2001~2003), LG 감독(2004~2006), MBC스포츠+ 해설위원(2007~2011), KIA 수석코치(2012~2013) 등을 지내며 다양한 ‘야구 자산’을 쌓았다.

 이 위원은 “올해는 확실한 우승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9개 구단 전력이 엇비슷해 ‘9중(中)’ 구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도 4강 후보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굳이 나누자면 SK·삼성·넥센·롯데가 4강, LG·두산·KIA·NC는 4중, 한화가 1약”이라고 말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 마틴이 부상 때문에 합류가 늦다. 오승환 공백을 메울 임창용의 구위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뛰어난 포수가 없으면 우승하기 어려운데, 만 40세가 되는 진갑용이 예년처럼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채태인이 크게 터져 주거나 이승엽이 부활하지 않으면 타선 약화가 불가피하다. 배영섭의 입대로 빠른 주자가 없어져 경기를 풀어내기 쉽지 않다.

 ◆두산=기동력과 수비력이 여전히 좋다. NC로 이적한 이종욱·손시헌의 공백은 젊은 선수들이 충분히 메울 것이다. 투수력이 문제다. 외국인 투수 볼스테드는 릴리스 포인트가 낮다. 다른 팀이라면 대체 선수를 알아봤을 것이다. 마무리 이용찬은 잘할 것 같은데 나머지 중간계투들이 문제다. 재일교포 송일수 감독과 선수들의 소통도 중요한 변수다.

 ◆LG=LG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에이스 리즈의 이탈 후유증이 상당히 클 것이다. 지난해 12승을 올린 류제국도 압도적 구위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의 나이가 많은 게 문제다. 지난해 살얼음을 걷듯 잘했다. 올해 는 모르겠다. 시즌 내내 부상 위험과 싸워야 한다. 확실한 포수가 없다는 점과 유격수 오지환이 더 성장하지 못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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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지금 전력이 유지되면 넥센도 우승후보다. 외국인 타자 로티노가 시범경기 때 부진했지만 박병호가 중심인 타선은 최고다. 마무리 손승락이 버틴 불펜도 좋다. 문제는 1·2선발 나이트와 밴헤켄이다. 30대 중·후반인 두 투수가 예년처럼 던지기는 어렵다. 약점도 많이 노출됐다. 이들을 받쳐 줄 국내 선발진이 약하다. 포스트시즌을 책임질 선발이 없다.

 ◆롯데=전력 보강을 잘했다. 주전 선수뿐만 아니라 백업 선수들도 대체로 알차다. 문제는 마무리투수다. 정대현을 마무리로 내세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구위와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시범경기를 보니 변화구 각도가 무뎌지긴 했다. 그래도 그만한 마무리 후보가 없다. 30도루를 해 줄 만한 1번 타자가 없는 것도 고민이다. 1번 후보 이승화는 변화구 대처에 약하다.

 ◆SK=예비 자유계약선수(FA)가 8명이나 된다. 죽어라 뛸 것이다. 정근우가 나간 2루수 공백을 메운다면 우승에 가장 가까운 전력이다. 김광현을 마무리로 돌릴 생각도 한 것 같은데, 김광현이 시범경기처럼 던진다면 1선발을 하는 게 낫다. 캠프에서 보니 이만수 SK 감독이 선수들과 잘 소통하더라. 그러나 시즌 중 이 감독과 선수들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위험할 수 있다.

 ◆NC=1군 리그 2년째를 맞지만 제법 탄탄한 팀이 됐다. FA 이종욱·손시헌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베테랑들을 데려와 짜임새가 좋아졌다. 그런데도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다. 1~3선발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외국인 타자(테임즈)까지 가세한 건 큰 프리미엄이다. 마무리 투수를 김진성이 맡을 것 같은데 스피드가 느려 걱정이다.

 ◆KIA=KIA가 오죽하면 외국인 마무리를 택했겠는가. 시범경기에서 이미 어센시오의 투구 버릇이 노출됐다. 그러나 어센시오 말고는 내세울 마무리가 없다. 서재응을 중간으로 돌려야 할 만큼 다른 계투진도 나쁘다. KIA는 선발투수가 오래 던지는 수밖에 없다. 불펜만 조금 안정되면 KIA 전력도 괜찮다. 특히 김주찬·신종길·이대형 등 빠른 주자들이 위협적이다.

 ◆한화=외국인 투수 앨버스와 클레이는 괜찮아 보인다. 큰 약점이었던 마운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이다. FA 이용규·정근우를 보강했지만 수비력은 여전히 문제다. 포수와 유격수·3루수가 심각하다. 기존 포수 정범모·엄태용 모두 주전이 되긴 어렵다. 김응용 감독이 밀어 주는 김민수는 포구가 아직 불안하다. 유격수 송광민, 3루수 이대수·김회성도 물음표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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