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간첩 피의자 유우성(34)씨의 2006년 북·중 출입경(출입국)기록과 이에 대한 발급확인서가 위조된 것으로 파악했다. 유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할 출입경과 관련된 문건 3건 중 싼허세관 답변서는 이미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국가정보원 대북공작단 소속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이 이들 문건 3건 위조과정에 모두 관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김 조정관은 중국 현지에 파견돼 비밀리에 대북공작 활동과 첩보 수집을 하는 이른바 ‘블랙요원’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건 모두 ‘김 사장’의 입에 달려 있다”며 “협조자 김모(61)씨와 선양 총영사관 이모 영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 조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지난 12일 긴급체포한 협조자 김씨를 이틀째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지난해 12월 부탁을 받고 싼허세관 답변서 위조에만 관여했지만 ‘김 사장’은 처음부터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해 왔고 지난해 말 유씨의 출입경기록과 발급확인서 위조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김 조정관이 조선족 위조 전문가 이모씨 또는 제3의 국정원 협조자를 통해 출입경기록을 위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조정관이 문건 3건의 위조과정에 모두 개입한 점으로 미뤄 ‘유우성 문서조작’에 관여한 대공수사단장-수사팀장 등으로 이어지는 국정원 지휘라인의 실체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추궁 중이다.
수사팀은 이날 선양 총영사관 이 영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영사에 대해선 김씨가 위조한 싼허세관 답변서에 대해 ‘내용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가짜 영사확인서를 작성해 검찰에 전달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등)로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영사는 검찰에서 “답변서가 가짜라는 걸 알았지만 본부 대공수사팀에서 계속 독촉해 허위 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협조자 김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시한(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이가영·노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