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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만큼 책임도 중요" 수지 여사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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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가 9일 양곤에서 열린 국제 미디어 컨퍼런스 사전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미 동서센터]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지(69) 여사가 "무제한의 자유(unlimited freedom)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한평생 자유와 권리를 위해 투쟁해온 그가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지금은 책임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수지 여사는 9일 미 동서센터가 주최하는 4회 국제 미디어 컨퍼런스 사전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자유 언론이 없이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없다"며 "하지만 언론의 자유와 책임감을 분리시켜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2년여에 걸쳐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들어서야 민영 언론을 합법으로 인정한 바 있다.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 있는 사야산프라자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수지 여사는 "우리에게는 지난 수십년 동안 자유 언론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젊고, 열정적이고, 잠재력이 큰 기자들이 있지만 전문성이나 훈련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책임감이다. 얼마나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가 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establish)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문화(democratic culture)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권력을 특권이 아닌 (국민에게 봉사할)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뿐 아니라 언론과 개인의 책임 의식 또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언론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되고(truthful) 유익한(beneficial)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수지 여사는 "언론이 유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은 자신들만의 관심사에 천착하지 말고 국민, 더 나아가 인류에게 유익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영향력 만큼이나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지 여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개인 역시 언론과 마찬가지 수준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에 정보와 뉴스를 올리는 개인이라고 해서 공식 언론보다 책임성이 덜 하진 않다. 개인 하나하나가 같은 정도의 책임감을 갖고 올바른 정보만을 공유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연설에서는 '민주화 투사'가 아닌 '제도권 정치인'으로서 시험대에 선 수지 여사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책임성이 담보되지 않은, 제약 없는 자유 언론은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본인에게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내년 선거는 (민주주의 확립이라는)긴 여정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우리 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의 기반을 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미얀마 소수민족 분쟁 문제에 있어서도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수지 여사는 로힝야 및 카친족 등 소수민족 탄압에 있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도 관련된 질문에 "완전한 해결책은 말할 수 없지만, 법치가 우선 확립돼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부분"이라는 요지의 답변을 했을 뿐이다.

동서센터는 미국을 포함, 아태지역의 민간 교류 활성화를 꾀하는 비영리 공공기구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아태지역 각국의 언론단체와 기업들이 후원했다.

양곤 유지혜 기자=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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