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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 … 공직에 높고 낮음 있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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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호 06면

조용철 기자

6·4 지방선거의 최고 빅매치는 단연 서울시장 선거다. 야당 현역시장에 맞서 여당에선 당 대표를 지낸 7선 의원과 전직 총리, 그리고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냈다. 2일 출마선언을 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일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황식 전 총리도 14일 귀국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그런 가운데 정 의원이 7일 중앙SUNDAY와 출마 선언 후 첫 신문 인터뷰를 했다. 그는 박 시장과 김 전 총리에 대한 생각, 당내 경선을 바라보는 시각, 야권 신당 창당에 대한 견해 등을 1시간여 동안 털어놨다.

텃밭 만드는 건 구청장·동장이나 할 일
-출마 소감은.
 “저로서는 하나의 큰 변화인데, 결정할 때까지 생각할 것들도 많았는데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홀가분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김 전 총리와 박 시장을 잇따라 상대해야 하는데.
 “제가 축구 하나는 확실히 잘할 거라고 박 시장이 말했는데, 지방선거는 늘 월드컵과 같은 해에 열리지 않나.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8회 연속 진출했는데 저도 2연승 정도는 하도록 하겠다(웃음).”

 -2연승 상대가 브라질과 스페인급이라 출마 결심이 더욱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왜 대선이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느냐고 하시던데, 서울시장이란 자리는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 애덤스 제6대 미국 대통령도 4년 임기를 마친 뒤 고향에 내려가 17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공직엔 높고 낮음이 없다고 본다.”

 -최근 박 시장과 공방이 거세다.
 “축구 하나는 잘한다는 얘기를 제 지역구 신년인사회에서도 하길래 좀 결례다 싶었다. 평소 예의 바른 분이라 생각했는데, 사석도 아니고…. 또 제가 출마하니까 반찬이 많으면 좋다고 하시던데, 반찬이란 말도 좋은 비유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논리라면 박 시장은 시민단체를 하면 참 좋을 분이다. 시민운동가로서 비판은 잘하는데 서울의 문제점이 뭔지, 살 길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비전을 만드는 데는 약한 것 같다.”

 그는 그러면서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에 대한 미국인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게 본인 업적이라고 강조하던데,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이 크다는 게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원래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나. 한·미 FTA를 사실상 반대했던 그가 지금 와서 FTA 효과를 본인의 치적인 양 주장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노들섬 텃밭 논란도 오갔는데.
 “일각에선 협찬시장, 텃밭시장이란 말도 나오던데 저는 상대편에 딱지를 붙이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다만 본인이 서울시장이 되면서 서울시에 갈등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일을 새롭게 할 때는 늘 갈등이 있는 법이고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시장이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 일도 안 해서 갈등이 없다? (잠시 말을 멈췄다가) 텃밭 만드는 건 구청장이나 동장이 할 수 있다고 보고, 저는 시장으로서 열심히 제 일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박 시장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서울에 하나뿐인 국가산업단지인 구로디지털단지에서는 기업들이 기회만 되면 나가려 한다고 한다. 뽀로로를 그린 기업도 판교로 갔다더라.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제 경험을 최대한 살려 활기 찬 서울, 장사가 잘되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 또 박 시장은 법학을 전공했는데 법은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학문이고, 제가 전공한 경영학과 경제학은 앞날을 내다보는 학문이다. 지금 서울은 잠재적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수만 명의 서울시 공무원과 같이 고민해보겠다.”

인기 있는 사람이 김 전 총리밖에 없나
화제를 김 전 총리로 돌렸다. 민감한 얘기부터 꺼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론조사도 그렇고 민심은 정 의원이 확실히 앞서는데 당심에서 김 전 총리가 앞서지 않겠느냐, 그래서 결과적으로 김 전 총리가 근소하게나마 이기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더니 정 의원은 큰소리로 껄껄 웃었다. 그러고는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뭐, 그, 김 전 총리도 나름 강점이 있는 분이지만 지금 새누리당의 당원이 아니잖느냐. 당원이 아닌 분과 당내 경선을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질문을 받는 게 저로서는 편안하지가 않다. 아니,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 김 전 총리밖에 없나. 더 좋은 사람 없어요? 그런 사람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불러 경선하면 되지, 왜 꼭 김 전 총리를 찍어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2011년 나경원 후보가 나올 때도 친박(親朴) 의원들이 김 전 총리를 찾아가 출마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오던데.”

 -‘박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새누리당뿐 아니라 모든 정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지 않나. 정당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돼서야 되겠는가. 소위 당심(黨心) 따로 있고, 민심 따로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심을 따르지 않는 정당이 오래가겠나. 더욱이 10일까지가 후보등록 기간이다. 공식적인 요청도 없었는데 당에서 알아서 기간을 연장한다? 그럼 당에 김 전 총리와 내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 아닌가. 왜 이렇게 당이 허물어지는 건가.”

 -김 전 총리보다 앞선 점이 있다면.
 “제가 보기에 김 전 총리는 박 시장과 비슷한 점이 많다. 공부도 비슷하게 하셨고, 경력도 그렇고. 두 분 다 무난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선출직 아니냐. 저는 그분들과는 경력이 다르다.”

 -경선 방식에 대한 입장은.
 “허허. 2년 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선룰 미팅을 하자고 저와 김문수 후보가 제안을 했더니 상대편에서 ‘선수가 왜 룰에 대해 말하느냐’며 얘기 자체를 거부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선수를 위해서는 이렇게, 저 선수를 위해서는 저렇게,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참 어지럽다. 당직자란 사람이 이렇게 경박해도 되는 거냐.”

 -경선 결과엔 승복할 각오가 돼 있나.
 “공정한 경선이 되길 기대하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선수라서 경선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방관할 수만은 없고. 공정한 경선 결과라면 당연히 승복할 거다.”

‘안철수 현상’ 여전해도 안철수는 사라져
정 의원의 목소리는 시종 차분했지만 표현엔 거침이 없었다. 다시 화제를 바꿨다.

 -야권의 신당 창당은 어떻게 보나.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고 했던데, 사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이란 말도 있지 않나. 정치발전은 안철수 의원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온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기구인 정당이 튼튼해야 하는데, 새로 출범한 지 2년밖에 안 된 정당과 신당 선언한 지 1주일도 채 안 된 정당이 제1당과 제2당인 현실에서 어떻게 정치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정치는 지금 후퇴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제도보다 사람에만 집중하다 보니 안철수 현상을 자꾸 만들어가는데, 이번 신당 창당으로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안철수는 사라져버린 것 같다.”

 -신당 창당에 따른 유불리는.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2002년 대선 때 제 경험이 자꾸 연상이 된다. 2012년에도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한 뒤 서로 좋은 얘기가 안 나오지 않았나. 어차피 선거가 임박해 단일화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도 선거전 초입에 이렇게 돼서, 또 서울시 유권자 입장에서도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싶다.”

 -시장이 되면 월급을 안 받을 생각인가.
 “연봉 1달러를 받은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처럼 저도 1만원 시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비판만 받았는데, 허허. 법과 제도가 허용하면 여러 가지로 제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지금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매년 10만 달러의 수당을 받는데 시장이 되면 서울시축구협회 같은 곳에 기부할 수도 있을 거다.”

 -재벌 시장 대 서민 시장 구도에 대해서는.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을 도와 중산층이 되도록 하는 정치인이 있다고 한 말은 일반적인 얘기였는데 박 시장이 좀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 사람이 둘만 모여도 정치가 있다고 하지 않나. 집안에서도, 부부 사이에도 다 정치가 있지 않나. 인류 역사에 수많은 정치인이 있었는데 절반만 좋은 정치인이었어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거다. 정치에 대해 박 시장과 한번 얘길 해보고 싶다. 아, 저보고 자꾸 공부 좀 하라는데 대통령 후보가 되면 야당 후보에게도 정부가 주요 분야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지 않나. 저도 서울 지역 현역의원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데 서울시에서 업무보고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뭘 갖다줘야 공부를 하지 않겠나.”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서울시민들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시장이 되겠다. 시민들과 최대한 자주 만나겠다. 의식주에서 의(衣)와 식(食)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볼 때 주택 문제, 그리고 이와 연관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2017년 대선 출마를 포기한 데 대해 아쉬움은 없나. 대통령 꿈은 완전히 접은 건가.
 “(허허 웃으며) 대통령병이란 단어도 있고, 최근엔 안철수병이란 말도 나오던데 저는 안철수병 환자는 아니다. 서울시장은 정말 중요한 자리다. 주중엔 서울시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제가 축구를 잘한다고 하니까 서울시민들과 축구도 하고 등산도 하며 재밌게 지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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