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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같은 회사 키우고 싶으면 외국 인재 서울로 모이게 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65호 23면

Photo ⓒ Brooke Williams

작가 맬컴 글래드웰(사진)의 장기는 뒤통수 치기다. 그동안 낸 책을 통해 그는 세간의 통념을 뒤집는 주장을 펼쳐왔다.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는 게 아니라 특정 순간에 몰아친다”(『티핑포인트』)거나 “천재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환경의 산물”(『아웃라이어』)이라거나, “심사숙고하는 것보다 찰나의 직관이 오히려 정확하다”(『블링크』)는 식이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 참신한 사례,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지적 탐구가 다소 당황스러운 그의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워싱턴포스트를 거쳐 뉴요커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책을 낼 때마다 세계 서점가가 들썩이는 이유다.

『다윗과 골리앗』저자 맬컴 글래드웰 인터뷰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글래드웰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선대인 소장.

 최근 국내에 번역된 새 책 『다윗과 골리앗』으로 그는 또 한 번 뒤통수를 친다. “약자는 강자에 지기 마련이라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신간을 번역한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뉴욕 집무실에 있는 그를 구글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인터뷰했다. 5일 새벽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 중앙SUNDAY가 함께했다.

 적국으로 여겨지던 폴란드에 과감하게 공장을 세워 원가를 절감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난독증 때문에 키워진 뻔뻔스러움과 연기력으로 증권사 입사에 성공한 개리 콘 골드먼삭스 회장,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도 잘 자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다윗과 골리앗』에 등장하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다윗’들이다. 글래드웰은 책을 통해 “약자가 지닌 결핍과 약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약점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당신의 글이 용기를 줄 수도 있지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건 너무 소수의 사례 아닐까.
 “모든 사람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긴 아니다. 다만 약점이란 뭔지, 이점이란 뭔지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보통은 장애물이라고 보는 것들은 깊이 보면 이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난독증의 사례를 보자. 난독증을 가진 이들 모두가 성공할 순 없다. 하지만 난독증을 딛고 굉장히 크게 성공한 이들은 난독증 때문에 집중력이나 상황 대처력 같은 다른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한국에선 강자와 약자 사이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거나 성공할 확률이 낮아지는 식이다.
 “불평등은 물론 대처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다. 미국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고, 한국은 미국에 비하면 좀 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건 누군가 ‘나는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란 거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이 가로막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기업 주도 경제를 인정할 부분도 있다. 덕분에 한국이 지난 50년간 그토록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한국이 다른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 지점에 왔다. 이제 다음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 더 다양화해야 하고, 작은 회사에 더 많은 공간과 숨 쉴 여지를 줘야 한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부 정책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난 한국의 미래를 밝게 본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나머지 나라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잘 판단하고 적용해 왔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을 봐라. 10년 전만 해도 다른 나라 차를 어설프게 흉내 냈지만 지금은 아주 빼어난 차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창업 문화가 활발하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문화적 개방성(cultural openness)이다. 실리콘밸리를 가 봐라. 미국인은 정작 얼마 안 돼서 놀랄 거다. 구글이나 페이팔 같은 기업의 창업자도 다 해외에서 왔다. 한국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이거다. 만약 미국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22세 인재가 있다고 치자. 그가 외국을 간다면 어느 나라를 고를까. 아마도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같은 나라일 거다. 서울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보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들어가 안정적으로만 살고 싶어 한다.
 “모든 일에 이점이 있지만 약점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큰 연못의 작은 고기로 사는 것 못지않게 작은 연못의 큰 고기로 사는 것도 이점이 있다. 삼성·현대차 같은 큰 기업에 들어가면 안정성은 얻겠지만, 자리가 올라가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한국에 필요한 건 균형 잡힌 인식이다. 큰 기업에 들어가는 게 일방적으로 좋은 게 아니라 작은 기업에 들어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하는 것이란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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