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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 답한 박주영, 문제는 무릎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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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주영을 끝까지 믿고 뽑은 홍명보 감독이 옳았다. 6일 그리스 원정 평가전에서 부활포를 쏜 박주영은 홍명보호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하지만 전반 45분 후 교체된 박주영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브라질행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아테네(그리스) AP=뉴시스]

원 샷 원 킬. 박주영(29·왓포드)은 명불허전이었다. 강렬한 한 방을 터뜨린 그는 45분 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박주영의 브라질 월드컵행을 방해할 가능성이 생겼다.

 박주영은 6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61위인 우리 대표팀이 적지에서 12위 그리스를 제압했다. 대표팀에 박주영이 왜 필요한지 증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반 18분 손흥민(22·레버쿠젠)과 박주영이 눈을 맞췄다. 손흥민이 수비수 뒤 공간으로 띄워준 공을 수비수 사이로 쇄도하던 박주영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잡아 정확하게 마무리하는 솜씨까지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 2012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2-0 승)에서 전반에 잡은 유일한 찬스를 골로 연결한 ‘킬러 본능’을 또 보여줬다. 지난 2011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월드컵 3차예선 이후 2년4개월 만에 나온 박주영의 A매치 골이었다.

 ‘에이스의 귀환’에 대표팀은 후끈 달아올랐다. 홍명보(45) 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은 5일 최종훈련에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확인했다. 지금 멤버들과 올림픽 때부터 호흡을 맞춰 와 조직력에는 문제없었다. 경기 내용이 좋았지만 부상이 있어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청용(26·볼턴)은 “그리스에서 두 차례밖에 훈련하지 못했지만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박주영은 전반 7분 문전에서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쇄도하는 이청용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연결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줬다.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상대 진영을 크게 흔든 플레이였다.

 그러나 걱정도 남겼다.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박주영은 왼쪽 허벅지와 무릎을 만지기 시작했다. 박건하 코치가 다가와 박주영을 부축했다. 결국 박주영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김신욱(26·울산)과 교체됐다. 풀타임을 소화하기엔 아직 몸이 완전치 않다는 신호였다.

 박주영은 지난 1월 이적시장 마감일에 아스널(잉글랜드)에서 2부리그 왓포드로 팀을 옮겼다. 곧바로 2월 3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을 상대로 후반 교체 출전해 6분간 뛰었다. 이후 무릎 부상으로 출전과 결장을 거듭했다. 그리스전을 앞둔 2일 블랙풀과의 리그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무릎 부상이 고질병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박주영은 2005년 FC 서울에서 데뷔한 이래 왼 발등 피로골절과 무릎 통증에 시달렸다. 2008년 AS 모나코(프랑스) 이적 후 한동안 부상이 없었지만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직전 무릎을 다쳤다. 박주영은 수술 대신 재활 치료를 택했지만 이후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고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주영이 골을 넣은 뒤 달려가다가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는 세리머니 때문에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도 기도 세리머니를 했다.

 박주영의 측근은 “박주영 무릎에 물이 자주 찬다고 들었다. 무리하거나 무릎 관리를 잘못할 때 그렇지만 주사기로 물을 빼면 괜찮아진다. 박지성(33·에인트호번)의 증상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지성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무릎 부상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박주영은 경기가 끝난 뒤 곧장 소속 팀으로 복귀했다.

아테네=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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